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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명의 주인공에 둘러싸인 롱펠로우(Henry Wadsworth Longfellow)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2)

 

   온화하고 서정적인 시로 미국의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는 백발의 노신사다. 부모 모   두 명문가 출신으로 뉴잉글랜드 지방의 초기 정착자의 후손이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여 3세    때 이미 글을 깨쳤고 14세에 대학에 들어갔다보드인 대학을 졸업하고 유럽을 여행하며 불어 독일어 이태리   어 라틴어 등 8개 국어에 능통했기에 단테의 신곡을 번역했다신곡은 이탈리아어에서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되었다는 의미도 있지만실력이 뛰어나 훌륭하게 번역해 원작을 빛나게 해주었다는 평을 듣는다그는 18년 동안 하버드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그가 죽을 때까지 45년을 살던 케임브리지 집에서 찰스강 방향으로 가다 보면 롱펠로우의 공원이 나온다단정하게 정리된 잔디밭을 지나 양쪽 옆으로 난 계단을 내려가니 흰 벽을 뒤에 두른 채 그의 흉상 서 있다. 1913년에 조각가 데니얼 프렌치가 헌정했다왠지 그의 집에서 보았던 병풍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벽에 POEM이라고 쓰인 월계수 관이 마치 그의 머리에 얹힌 것처럼 보이도록 입체적으로 조각되어 흥미롭다영국 빅토리아여왕이 그를 "불멸의 왕관을 쓴 시인"이라며 경의를 표했다더니 그 상징인가 보다대중적이고 국민적인 시를 통해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표현하고자 했던 그에게 어울리는 칭호다 .

하얀 벽에는 그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인물이 조각됐다맨 왼쪽에 장총을 들고 투구를 쓴 스탠디시가 서 있다퓨리턴 군인의 연애 이야기 <마일즈 스탠디시의 구혼(The Courtship of Miles Standish)>의 주인공이다그가 플리머스 식민지의 군사 지도자로 최초의 부대를 조직하여 뉴잉글랜드 프라빈스 타운 항구에서 탐험대를 이끌었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로 백합 꽃다발을 든 천사 샌달폰(Angel Sandalphon)이 하늘거리는 옷차림으로 날아갈 듯 서 있다실낙원의 저자인 존 밀턴이 영광스러운 하느님과 동석할 자격이 있는 열두 천사로 꼽은 중의 하나다지상에 서 있으면 머리가 천계에까지 닿는다는 별명의 키가 큰 천사다. 그의 시 <처녀시절>의 중 한 구절이 떠오른다.

<네 손에 백합 한 송이 쥐고 있어라./그 마법지팡이가 한 번만 건드려도/버틸 놋쇠 문 하나 없으리니>

세 번째는 대장장이가 일하다 잠시 허리를 편 듯 앞치마를 두른 채 롱펠로우를 바라보고 있다시인의 집에서 5분쯤 걷다 보면 왼편에 마을 대장장이 프랫(Dexter Pratt)이 살던 집과 오래된 큰 밤나무가 있다. <마을 대장장이(The Village Blacksmith)>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땀을 흘리며 일하는 대장장이의 일상을 시에 생생하게 그렸다마을 아이들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대장장이가 불꽃을 튀기며 연장 만드는 것을 재미있게 구경한다는 평범한 삶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일하며즐거워하며 슬퍼하며오늘도 묵묵히 살아가네./ 아침에 시작한 일저녁에 마치고./ 꾀 했던 일이룬 보람으로한밤의 휴식을 얻네.>

첫 행에 나오는 가지가 많이 늘어진 밤나무가 늙어 자르게 되자 마을 아이들이 그 나무로 안락의자를 만들어 롱펠로우에게 선물로 주었단다후에 이 시에 곡을 붙여 군 행진 가로 연주되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스페인 여행의 경험을 그린 시극 <스페인 학생(The Spanish Student)>의 모델인 빅토리안이 단발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허리에 주름이 많이 잡힌 헐렁한 옷의 앞가슴을 풀어 헤친 채 마치 애인의 침실 발코니 아래서 세레나데를 부르듯 서 있다.

<여름 밤의 별들이여저 푸른 하늘 멀리/너희 금빛을 감추어라!/ 그녀가 잠들었단다!/내 아씨 잠들어 있다!>

다섯 번째는 가슴에 오른손을 살포시 얹고 왼손에는 책을 든 에반젤린이다식민지 전쟁을 배경으로 한 비련의 이야기 <에반젤린(Evangeline)>. 인생을 긍정으로 보았던 롱펠로우는 사랑하는 첫 번째 부인 매리 포터와 사별하고 그 아픔을 승화시켜 사랑의 장편 대서사시를 썼다. 1755년 아카디아(지금의 노바스코샤)의 프랑스계 이민들이 영국군에게 쫓겨 강제로 이주 당했을 때의 실화를 배경으로 쓴 시다아카디아 지방 초원에 있는 마을을 배경으로 대장장이의 아들 가브리엘과 부유한 농부의 천사같이 아름다운 딸 에반젤린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희망을 가지고 견딜 줄 아는 사랑을 믿는 자여./여인의 헌신이 지닌 아름다움과 힘을 믿는 자여./이 숲의 소나무들이 노래 부르는 슬픈 전설에 귀기울이시라.>

마지막으로 북아메리칸 인디언 사이에 퍼져있는 전설 속의 영웅 하이와타이다넓은 어깨를 곧게 펴고 배에 힘을 준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 있다. 그가 강들을 만들다라는 뜻으로 지혜롭고 용감하다는 의미다모호크 인디언 추장으로 5개의 부족을 모아 이로쿼이 연맹(Iroquois Confederacy)를 결성했다<히어와서의 노래(The Song of Hiawatha)>에서는 인디언 마을의 할머니 노코미스와 손자 히어와서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원래의 순수했던 인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할머니로부터 인디언의 전설과 자연의 비밀을 배운다하늘의 별자리는 죽은 인디언 전사의 영혼이 춤추는 것이며무지개는 땅 위에서 시든 꽃들이 하늘에서 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자연의 이치를 깨달으면서 온전한 인격으로서 그리고 인디언 부족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로 사라져가는 인디언 문화와 자연을 시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주름진 얼굴의 나이든 노코미스/어린 히어와서를 얼렀네/이끼와 골풀로 포근하게 자리 깔고/순록의 힘줄로 단단하게 얽어맨/참피 나무 요람을 흔들었네>

 

롱펠로우 시는 철학적인 통찰력도 없고이성적이지 않다는 평을 듣는다언어적 표현도 허술하다지만 나에게는 편하게 읽혀서 좋다특히 마을의 대장장이는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이는 그대로 그린 것 같아서 더 정감이 간다우리의 운명은 활활 끓는 용광로 속에서 만들어지고행위와 생각도 다듬어진다고 했던가내 삶을 담금질할 대장장이는 누구일까하늘을 올려다본다시련을 겪고 나면 한 뺨씩 자란다고 하니 달게 받아야겠지.

그의 시 <잃은 것과 얻은 것>에서 썰물이 나가면 분명 밀물이 온다고도 했다썰물이 필연적으로 밀물이 되듯이 좋은 날이 꼭 올 거라고 시인은 말한다나에게도 그런 날이 온다는 희망을 품는다구름의 품에 오랫동안 감춰둔 절망의 비밀을 소곤소곤 풀어내는 시인처럼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

롱펠로우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배웅을 받으며 그가 걸어 다니던 찰스 강의 롱펠로우 다리(Longfellow Bridge)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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