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편지를 한장 받았습니다.
물론 제가 그리움에 못이겨 찾아서 띄운 편지의 답장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시절 뒷골목을 방황하던 시절에 만났던
바로 그 여학생으로 부터 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2학년이었고, 그녀는 3학년이었습니다.
마음씨 고운 그녀는 내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기위해서
대학을 한해동안 휴학을 했던 친구였습니다.
10여년이 흐른뒤
그녀가 결혼하기 전에 저를 찾아 왔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지내온게 사랑이었는지 묻기 위해서 였답니다.
저는 그녀를 편하게 보내기 위해서 우정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또 삼십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녀는 또 얼마전 편지에 물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함께 지낸 시절이 사랑이었냐고.....
저는 고백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마음은
사랑이었던 것 같다고요.
수십년이 지난 뒤에야 고백하고 말았습니다.
독일 속담에
‘사랑없는 슬픔은 있어도 슬픔없는 사랑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고
누군가 이야기 한적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가슴 한구석으로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나에게 그토록 확인하고 싶어했던 마음을
알 수 없어서 말입니다.
그 뒤로 몇번의 나의 편지에 답장이 없습니다.
저는 다짐을 했었습니다.
지금 이 나이에
더이상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아파하지 않겠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쪽 가슴에 그리움의 아픔을 간직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를 사랑한 세멜레의 이야기처럼
‘사랑은 확인하는 순간에 사라진다’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픈 만큼 행복합니다.
그리움도 나에겐 소중한 재산이 되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