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며칠이 지났는데 ….. , 이제 인사를 한다.

나는 늘 자기 소개를 하라 하면 무척 난감해 한다.

나를 어떻게 무얼 소개를 할까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없기도 하지만,

그 어린 초등학교 시절 일기 숙제 하던 기억이 나서 그렇다.

나의 일기장에는 밥 먹고 화장실 가고 학교간 것 말고는 쓸게 없었다.

나는 무척 낯가림이 심했고, 수줍음을 많이 탔고, 매우 소심했다.

동네 어른들이 예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부끄러워서 울었다.

조금 커서는 길가에 조그만 깡통을 놓고 앉아있는 사람에게 동전 한 잎 넣고서 눈이 마주치면

 얼른 내가 고맙다고 먼저 인사하고 도망오기 일쑤였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약속 다방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도 숨어 있듯이 맨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있다가

 “안 온 줄 알았잖아?” 하는 핀잔을 자주   듣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음악다방에 들렀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음악다방이 많았었다.)

트롯트 음악만을 듣고 자란 내가 난생 처음 음악다방에 들어 갈려니 너무나 떨리고 부끄러워 무섭기 까지 했다.

들어서자 마자 알지도 못하는 피아노 소리와 바이올린 소리가 귀를 울릴 뿐 어느 누구의 숨소리도 들을 수 없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어색했었다.

버릇대로 역시 가장 어두운 구석에 자릴 잡고 앉아 숨 죽이고 있었는데,

 주인인지 마담인지 예쁜 누나가 다가와서 무얼 마실까 물었다. 

커피를 시켰다. 쓰디 쓴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알고 있는 메뉴가 그것뿐 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달디 단 다방커피만을 좋아한다.)

 더욱 난감했던 것은 커피를 가져다 주면서 무슨 곡을 듣고 싶으냐며 신청을 하란다.

 어리둥절해 하며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나를 보며 슬쩍 미소를 보였다.

 눈치 빠른 그녀에게 실토 하듯 고백했다.

 ‘클래식 다방에 난생 처음 온 것이고, 클래식이라고는 학교에서 교과서에 나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그리고는 도망치 듯 일어나서 나오려는데, 메모 하나를 건네주며 한 곡을 신청해서 듣고 가라고 했다.

그 메모에는 ‘모짜르트의 피아노 12 변주곡 C장조(Ah, Vous Dirai-Je, Maman)- 반짝 반짝 작은 별- 신청해서 들어보세요.

 클래식이 어려운 것이 아니랍니다.'

하고 적혀 있었다.

그 뒤로 나는 가끔 그 음악다방에 들러 클래식을 듣고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내가 굳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어색하기만 하던 나에게 따뜻한 환영의 한마디가 무척 고마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그 때처럼 조금은 용기가 생겼고, 수필을 알게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