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이란 말이 있는데, 아주 어리석은 자라는 뜻으로 이유인즉 엄마 배에서 8개월 만에 나와서 덜 떨어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식자랑하는 사람을 팔불출이라 한다. 



어제 가까이 사는 친구들의 저녁식사 송년모임이 있었다. 십여명이 부부동반으로 모였다. 회장하는 친구가 재미로 우리 남편, 우리 아내 최고야 라는  내기를 하잔다. 선물권도 걸고. 몇주 전부터 그런 얘기를 하더니 그게 농담이 아니었다. 채점할 종이도 준비해서 나눠주고. 



아뭏든 이래서 자식이 아닌 배우자를 자랑하는 팔불출들의 모임이 시작되었다.  듣기에 낯 간지러운 자랑들 하며 결국 배우자의 점수를 얻자는 수작으로 들릴텐데. 



60대 중반의 나이들.  결혼 생활 30~40년되었으니, 어느 노 철학자의 말씀처럼 남녀간의 애정을 지나 인간애로 서로를 아끼는 나이가 시작될 즈음, 과연 어떤 말들이 나올까 사뭇 궁금해진다.  허기야 늦깎이 신혼으로 아직 애정의 단계에 머문 친구도 있지만.



남편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아내자랑이 여러번 나오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의 너그러움. 서울서 다니러 오신 시어머니가 가시면서 얼마나 맘에 드시는 대우를 며느리로 부터 받으셨는지 또 오마하셨다는 자랑. 나이드신 친정어머니를 모시면서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면 오히려 그러지 못하게 말리는 남편.  홀로 사시는 친정어머니 모시고 여행다닐때면 불평없이 같이 가주는 남편등 시부모 친정부모와의 관계로 부터.



저녁식사때면 그날일들을 소상히 남편에게 얘기해주는 아내. 집으로 퇴근하는 남편을 항상 반겨주는아내. 아내 기분에 맞춰 외출 옷을 차려입고 나가주는 남편.  남편의 외출 옷 색깔을 골라주는 아내등 하루 일상의 소소한 일들도 있다. 



또한 아내의 막대한 의료비에 아낌없이 재정을 뒷받침하고, 고급차를 맘편히 사라고 현찰을 내밀때가 고마웠다고하는 실질적인(?) 자랑도 있었다. 



역시 그중 가장 특이한것은 남편이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는 아내의 자랑 같지 않은 자랑이 아닐까 한다.  다시 배우자를 고르고 서로 익숙해 가는 힘든 과정을 안겪어도 되서 고맙다는 아내의 솔직한 말에 한편으론 공감은 가지만, 그 사연을 모르면 누군 죽은 남편인가 할텐데. 바로 그 남편이 몇년전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아내의 각별한 보살핌으로 그간 살아내고 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가까이 가본 이들 만이 느낄수 있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시각이다.



이렇게 팔불출들의 모임은 무르익어 갔고 식당밖에는 세모의 바쁜 모습들이 어두움속을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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