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愚步 김토마스
마중물. 참 예쁘고, 내 맘을 움직이는 말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이렇게 나온다. “마중물이란 펌프에 먼저 붓는 한바가지 정도의 물을 말한다. 예전에 펌프로 물을 품어내어 식수로 사용하던 때에 펌프질을 하기 전에 한바가지 정도의 물을 펌프에 붓고 펌프질을 하는데 이물을 마중물이라 불렀다. 그 연유는 손님이 오면 주인이 마중을 나가 맞이하듯이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부어 품어 올리는 새물을 맞이하는 물이라는 뜻으로 마중물이라 불렀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이 단어가 친근해 지기 시작하였다. 그건 아마도 “아, 우리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자식들을 위해 마중물 노릇을 하고 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부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도 자식들을 다 결혼시키고 손자까지 만나고 나니 이 단어가 낯설지 않게 성큼 다가 선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 또한 아이들을 위해 내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잘 해야 된다는 말인가?
넉넉하게 재산을 물려줄 입장도 못되고 남들에게 모범이 될 만큼 자랑스럽게 산 것도 아니며, 불쑥 이민을 선택하여 내 가족만 데리고 고국을 떠나온 바람에 아이들을 척박한 환경에서 살게 하였으니 그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였었단 말인가? 내가 한 것 이라곤 그저 밥 먹이고 잠재우고 옷 입혀 준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그저 부끄럽고 미안해서 조급한 마음만 그득해 질뿐이다.
그러다가도 얼른 맘을 추스르게 되고 “그래, 지금 갖고 있는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서 최선을 다하며 살자.”하며 나도 모르게 다짐을 하게 된다.
“우선 끊임없이 기도를 하자. 그들의 건강과 평안함을 위해 빌고 또 빌자. 다시는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숙고하며 살자. 좀 더 나이 들어 깊은 노년이 되어도 가능한 한 그들에게 부담되지 않는 상대가 되어야 하니 건강을 잘 관리하고 최대한 검소하게 살아가자.”
“아, 그들과 함께할 남은 날들은 또 얼마나 소중한가? 가능한 한 그들과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어 가며 화목하게 살자. 언제든지 일상 속의 모든 것을 감사하며 살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는 심정으로 매일 매일을 조심조심하며 살아가자. 저 멀리 떠나는 날에도 환한 웃음과 함께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제 몸을 나누며 기쁜 마음으로 새물을 맞이하는 마중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