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점심 식사는 집 근처에 있는 Fish Grill에서 하기로 했다. 딸과 집사람 모두 좋아하는 곳으로 식사비는 딸이 내기로 했는데 그이유가 있다.
그 전날 저녁식사 중이었다. 집사람이 요즘 어릴적에 읽은 이야기가 가끔 떠오르는데 누가 썼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고한다. 어느 소작 농부가 주인으로 부터 하루 동안 걸어서 닿는 땅은 모두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다만 출발점으로 하루가 끝나기 전에 돌아와야 된다는 조건으로. 농부는 너무도 신이나서 하루 종일 더 멀리 가려고 나갔다가 지는 해를 보고서는 급하게 뛰면서 돌아와야 했고 결국 그러다 쓰러져서 죽었다는 이야기.
나는 톨스토이의 얘기라고 했고, 집사람이나 딸은 교훈의 내용이니 이솝우화 중 하나같은데 사람을 주인공으로 해서 아닌 것같고. 그림 형제의 동화 이야기같기도 한데 너무 교훈적이라 아니고, 신과 사람과의 얘기같으니 희랍의 신화일 것이라고 주장하게 됐다. 이래서 다음날 점심이 걸린 내기를 하기로 했다.
딸애가 급히 친구에게 전화 문자를 보내서 물어본 결과, 친구가 그 책을 갖고 있는데 톨스토이가 맞는다고 한다. “How much land does a man need” 라는 단편 소설에 있는 이야기.
딸이 사주는 점심이라 유난히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좌석에서 어린 여자애의 말소리가 들린다. 그게 무엇이냐 등의 질문을 하는데 하도 귀엽게 들려서 힐끗 쳐다보니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왔다. 하얀 물방울 무니가 있는 검은 색 치마를 입고 있다. 이제 유치원을 다닐 정도의 나이. 여자애는 끝임없이 뭔가 질문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저 손녀를 보며 조용히 듣고만 있다.
문득 내앞에 앉은 딸이 그런 질문을 하고있다는 착각에 잠시 빠졌다. 거의 20년전. 얼굴이 약간 까무스래 했고, 안경속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했었다. 머리를 뒤로 묶곤했는데 그때 모습이 지금 눈앞에 있는 듯하다. 창밖으론 오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벌써 금년도 몇일 안 남은 12월. 딸아이의 초롱한 눈동자가 다시 보인다.
행복한 한 가정의 그림이.
아버지의 사랑이 폴폴 느껴지는 글입니다.
톨스토이의 그 이야기는 정말 우리가 늘 생각하며 살아야 할 화두지요.
저도 가끔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도 이런 어리석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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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