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라는 말을 사용하는 2월 -

우기로 인해 칙칙해진 LA 공기를 가르며 강의실에 도착했다

 

오늘은 방사선과 전문의가 < 새로운 정상 new normal > 이란 주제로 강의한다기

왠지 낯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수필가에게 방사선과 전문의라...

 

번개 맞은 머리, 빨간 립스틱, 흰색 브라우스에 검정 자켓을 패션으로 하는...

'보통 여인'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말조차 걸어보기 힘든 상대였다

뭔 야그를 하려고 저러시나...

 

전등을 끄고 프로젝트를 발사하면서

마녀의 요술은 시작되었다

 

여성의 참정권부터....블라블라블라

아니 이렇게 넘어가는 것보단 구체적 나열이 좋겠다

 

시대를 넘겨가면서 우리에겐

언제나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기준이 정립되었는데

음악 [ beatles, 닥터 지바고 ]

영화 [ ET ]

음식 [ 라면 ]

국내 사회 [ 새마을 운동 ]

과학 [ 아폴로 11호 ]

국내 문학 [ 박경리 토지 ]

(이쯤에서 강사는 아폴로 11호가 발사되는 시기에 국내에선 박경리 씨가 토지 집필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의학 [ CT, MRI, Same sex, sex change ]

정치 [ 베를린 장벽, 만델라 ]

미래 [ 인공지능 ]

 

우리가 살면서 접하게 되는 '새로운 정상' 을 하나씩 죄다 짚어주고 

갈무리할 즈음에서야

'전혀 다름'이 아니라 '결국 같음'이란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방사선 전문의는 글 쓰는 이들에게 별 영감을 줄 수 없는 대상이고

강의는 일종의 나열에 불과하다 ?

아니다 !

의학을 다루는 이가 생의 전범위를 망라하여 가이드해준 '새로운 기준'이다

모든 분야를 다루는 수필가에게 강의는 엔싸이클로피디아 그 자체다

되레 수필은

그저 한 페이지에 불과한 서술에 지나지 않는다

 

의사를 통해 창작의 지평선을 넓혀보는 좋은 계기였다

훌륭한 초청강의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