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디에 대한 기준
새해를 맞이한다. 매년 1월이면 나는 이 집을 샀을 때가 생각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일 때라 집 보러 다니는 것이 편하지 않던 시기였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 형태의 콘도미니엄이다. 그래서 집과 집 사이가 잔디로 조성되어 있다. 이사 초기에 우리는 HOA(주택소유자협회)에서 각 주택의 잔디도 관리해 주는 것으로 여겨 집 조경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사 직후라 할 일이 많기도 했다. 그 사이 캘리포니아의 온화한 온도는 잔디를 쑥쑥 키우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은 우편물 하나를 통해서였다. 잔디를 깎지 않았으니 벌금 75달러를 내라는 통보였다. 그날 바로 남편은 예초기를 샀다. 이 정도는 자신이 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그는 그날부터 잔디를 깎았다. 들쑥날쑥 완벽하지는 않지만 벌금을 내지는 않았다. 그럼 된 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5년을 살았다.
잔디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한 것은 옆집 때문이었다. 지난 가을, 그녀가 우리 집과 그녀 집 사이의 잔디를 새로 깔면서였다. 오래전부터 그곳은 잔디보다 잡초가 많았다. 그럼에도 신경 쓰지 않았던 이유는 성인 한 명 누울만큼의 좁은 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잔디를 새로 깔던 날,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잔디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조 잔디를 깔고 싶은데 남편이 원하지 않는다고. 남편은 그게 편하기는 하지만 예쁘지 않고 무엇보다 환경에 좋지 않다면서 반대했다. 무엇을 결정하든 그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게 된다면 결국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이를 키운 후부터는 더욱 그랬다.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옆집에서 우리 쪽 잔디까지 깔아줬으니 인조 잔디는 물 건너 간 셈이었다. 잘 키워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프링클러가 중요했다.
여느 때처럼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으로 들어오던 날, 옆집에 가드너가 와 있는 걸 본 나는 그에게 앞으로 우리 집 잔디도 관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동안 남편이 한다고는 했지만 결국에는 내 손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날이 많았다. 게다가 스프링클러는 자주 손봐야 했는데, 필요한 만큼 그러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또 한 번 HOA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것 역시 잔디 때문이었다. 잔디의 주변 정리가 되지 않아 받은 경고였다. 분명 내 것인데,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 잔디였다. 잔디 관리가 점점 어려워졌다.
가드너는 옆집을 마무리하고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 집 잔디 위로 기계가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십여 분이 흘렀을까. 그가 우리 집 현관 벨을 눌렀다. 이렇게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인가 싶은 나는 잔디를 눈으로 훑었다. 평소 내가 신경 썼던 부분까지 깨끗하게 해놨다. 나는 그저 관리해달라는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생각해 보면 가드너는 하나의 직업이다. 직업이라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성을 의미한다. 그동안 남편이 잔디를 깎았던 것은 가드너의 기술을 생각하지 않아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뭐 어려워? 그냥 깎으면 되지! 이런 마음이었으리라. 하지만 5년간 잔디를 깎았어도 그는 십 분 만에 이렇게 해내지 못한다. 그러니 이것은 기술이고 직업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내가 그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단지 십여 분 노동에 대한 것이 아닌, 그의 축적된 노동 경험에 대한 지불인 것이다.
조경을 잘하면 주택의 가치가 11% 올라간다는 미시간 주립대의 연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잔디는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도 첫인상이 중요하듯 집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5년간 밝은 표정은 아니었을 우리 집. 2026년 새해, 나는 우리 집 잔디 상태에 대한 기준을 '벌금'에서 '첫인상'으로 바꾼다. 이것은 올해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