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직스쿨버스를 타려면?
싱크대가 또 말썽이다. 물이 안 내려간다. 이 문제가 몇 주에 걸쳐 반복되고 있다. 저녁 준비를 중단하고 뚫어뻥을 찾는다. 어디에 뒀는지 기억을 더듬는다. 배관공을 부르고 싶지 않아서 몇 주 전 월마트에서 산 것이다. 그때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물이 내려가기는 했다. 그런데 그새 또 막혔으니, 이번에는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낯선 사람의 방문을 싫어한다는 것을 결혼하고서 알았다. 작업자가 낮에 오기 때문에 작업이 끝날 때까지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심리적 불편함이 싫어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면 스스로 해결하려고 소위, 용을 쓴 게 어느덧 십 년이다.
주방 실리콘도 내 작품이다. 싱크대 하부장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본 날, 핸디맨을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낯선 사람을 부르기가 싫어서 며칠을 미뤘는데, 그 미적거리는 시간에 이유를 알아낸 것이다. 싱크대 상판과 싱크볼이 맞닿은 부분에 발라진 실리콘이 낡아, 그 갈라진 틈으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즉, 실리콘만 다시 바르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해본 적이 없으니, 이것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몇 개의 관련 영상을 보고 난 후,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호기롭게 아마존에서 재료를 주문했다. 비록 실리콘 표면이 고르게 되지는 않았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 해낸 첫 결과물이었다. 혼자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기술자를 부르기로 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뚫어뻥을 찾은 나는 싱크대 상판 위로 올라간다. 우리 집 싱크볼은 배수구가 두 곳이라 한쪽을 막아야 압력 차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마당에 있는 벽돌 한 장을 들고 와 다른 쪽 배수구 위를 덮었다. 하지만 벽돌과 배수구 사이에 공간이 생겨 그 틈으로 공기가 샌다. 이왕 시작한 것, 아이의 손이라도 빌려야겠다는 생각에 티브이를 보고 있던 딸을 부른다. 예상과 달리 아주 빠르게 <매직스쿨버스>가 일시 정지 된다. 오늘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작아진 매직스쿨버스를 타고 사람의 콧속으로 들어가 알레르기와 싸우고 있다.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호출을 당했으니 싫어할 만도 한데 무슨 일이냐며 신나게 뛰어온다. 눈으로는 티브이를 보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싱크대 위의 엄마에게 가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매직스쿨버스>의 열성팬답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기 위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
그쪽 구멍을 행주로 꽉 눌러. 나는 벽돌을 치우고, 행주를 둘둘 말아서 아이에게 내민다. 그리고 피스톤의 원리를 이용해 뚫어뻥을 밀고 당기는 것을 반복한다. 그러다 문득 매직스쿨버스를 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버스를 타고 싱크대 배수관으로 들어가 막힌 부분을 찾으면 순식간에 이 문제가 해결될 텐데. 나는 소용돌이가 일지 않는 배수구를 바라보며 딸에게 묻는다.
“에밀리, 그 버스는 어디 가면 탈 수 있어?”
그러자 딸이 되묻는다.
“무슨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