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가 떠났다
신순희
우리 집 강아지 럭키가 떠났다. 나는 럭키가 떠날 때가 가까워졌다는 걸 알았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럭키가 자연사하기를 바랐다. 나이가 들고 가끔 발작을 일으켜도 툭툭 털고 일어나 밥 잘 먹고 잘 뛰길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럭키가 다리 힘이 없어서 식탁 의자에 못 올라가 멀뚱히 식탁 위를 바라보긴 했어도, 뒷문을 열면 잽싸게 뛰어나가지 못하고 문턱에 걸리긴 했어도, 밖에 나가면 여전히 코를 쿵쿵거리며 볼일을 보길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여겼다.
럭키는 늙어 갔다. 참지 못하고 집안 아무 데나 오줌을 누었다. 눈 오는 날에도 굳이 밖에서 발자국을 찍으면서 볼일 보던 강아지였는데.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울음소리를 내서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한밤중 발작을 일으켜 비명을 지르면 우리는 자다 말고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럭키가 배설한 똥오줌을 치웠다. 눈에 백내장이 오고 귀가 안 들리고 이빨이 신통치 못했다. 뱅뱅 도는 치매기도 있었다. 한창때 10파운드 나가던 몸무게가 겨우 5파운드였다. 늙느라 고생하는 럭키를 치료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어떻게 안락사시키겠는가.
마지막 순간은 어느 날 갑자기 왔다. 럭키는 전날부터 물도 밥도 입에 대지 않았다. 걱정이 돼서 아침에, 좋아하는 북어를 끓여주었지만 먹지 않았다. 닭고기는 먹을까 싶어서 끓이니 냄새를 맡고 비실거리며 제집에서 나오길래 닭고기 살을 조금 발라주었다. 그날 오후 럭키는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 헉헉거리더니 몸이 솟구쳐오르면서 거실을 굴러다녔다. 그 모습은 충격이었다. 나는 어찌할 바 몰라 쩔쩔맸다. 발작이 멈추고 숨을 거둔 것 같이 보였지만, 모진 게 목숨이라고 럭키는 간간이 숨을 내쉬었다.
떠나보내야만 했다. 자연사는 나의 욕심이었다. 수의사는 말했다. 15년 살았으면 오래 살았다. 사랑 많이 받고 떠났을 것이다. 숨을 거두었다는 수의사의 말을 듣고 럭키의 심장에 내 귀를 대었다. 이제 럭키는 동물병원 냉동고에 보관되었다가 화장터로 갈 것이다. 럭키를 싸 온 담요를 같이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은 럭키의 포근한 이불이었다.
유골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럭키는 눈 뜨고 입 벌린 채 떠났다. 지금 나는 왜 그때 럭키의 눈을 감기고 입을 다물어주지 못했을까 후회한다. 미안해 럭키야. 너도 그랬겠지만 나도 그때 너무 경황이 없고 두려웠다. 이건 내가 상상하던 생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었다. 안락사는 생각보다 평안하지 않았다. 단지 그 순간이 짧다는 게 위안이 되었을까. 그렇다고 고통을 견디며 사는 것도 절망이었다.
지난해 여름 우리 식구는 시애틀 바닷가로 놀러 갔다. 그것이 럭키의 마지막 나들이였다. 그날 바다는 서늘했지만 해가 날 때면 등이 따가웠다. 모래밭에 친 텐트 안에서 럭키는 안절부절못했다. 엎드려 쉬라 해도 자꾸 서성댔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게 햇빛 때문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럭키는 아팠나 보다. 어쩐지 그날 아침 나가자는 말에도 집안으로 되돌아왔다.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늘 식구들이 나가면 앞장섰기에 조금 이상하다 여겼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고 남편은 두고두고 말했다.
그 나들이 뒤 일주일 지나서 럭키는 떠났다. 결국 우리는 럭키의 유골함을 받았다. 그냥 떠나보낼 수 없었다. 럭키는 한 줌 가루가 되어 우리 집 뒤뜰 사과나무 아래 잠들었다. 갈색 털에 쫑긋한 두 귀, 우리의 귀염둥이 치와와 럭키. 외로운 시애틀에서 만난 나의 첫 강아지이며 마지막 강아지. 럭키야, 네가 있어서 우리는 행복했다.
-2022년 4 월-
러키 어무이
마지막을 지켜주느라 욕 봤심더.
러키
떠났지만 보내지 않아 함께 늘 여기
동질감에...
러키는 안주인이 글쟁인게 자랑!
욕 봤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