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1호점

 

 

 

                                        신순희

 

 

시애틀 사람들은 커피를 즐긴다. 서늘한 공기에 비가 자주 오는 도시인들은 커피로 위안을 받는다. 아침부터 스타벅스 매장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커피를 사려는 자동차들이 꼬리를 문다. 거리에서 스타벅스 일회용 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흔히 있다. 컵에 그려진 머리 꼬리의 여인은 사이렌Siren’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여신이다. ‘스타벅스라는 이름은 허만 멜빌의 소설 모비딕 나오는 일등항해사 이름이다. 시애틀 바다와 어울리는 커피이다.

 

시애틀 다운타운에 가면 스타벅스가 처음 문을 매장이 있다. 이름하여 스타벅스 1호점. 그곳은 관광객들이 들르는 순례지처럼 알려져서 언제나 붐빈다. 매장 입구 위에는 1912라는 번지수가 있다. 그러니까 1912 파이크 플래이스에 자리 잡고 있다. 스타벅스의 로고인 커피색 사이렌의 모습도 있다. 매장은 활기차고 북적대는데 고급스럽지 않아서 좋다.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놓여있는 커다란 동판에는 1971이라는 숫자가 쓰여있다. 그해에 스타벅스가 이곳에 처음 문을 열었다. 관광객들은 기념품으로 스타벅스 1호점이라는 문구가 쓰인 텀블러를 산다. 이곳에서만 있다.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들도 많이 구매한다. 나도 그곳에 가면 텀블러를 살까 싶다가도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을 보고 번번이 발길을 돌린다. 매장 안에 들어가 구경만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다.

 

스타벅스 커피는 진한 향만큼 맛도 강하다. 중독성 있는 맛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나는 커피 라떼를 좋아하는데 거품 맛에 마신다. 어쩌다 드립 커피 한잔을 마시면 얼마나 센지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둘째치고 다음 아침 뭉그적대지 않고 벌떡 일어난다. 가끔 드립 커피 한잔을 사서 집에 와서 우유를 듬뿍 넣어 마신다. 맛이 기막히다. 스타벅스를 희석하는 내가 시애틀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래도 스타벅스 1호점을 소개하고 싶은 보면 반은 시애틀 사람이 아닐까?

 

 

[202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