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과 눈길을 걷는 동안 / 조희

 

자작나무 몇 그루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눈길을 걷는 동안 발자국이 그림자 없이 제 무게만큼 찍으면서 따라왔다 초록얼굴의 남자가 나무 사이로 가끔 보였다가 사라졌다

나무껍질에 씌워진 글귀가 씹혔다 발목 잘린 선율이 숲속으로 불어왔다 눈이 나뭇가지에 쌓이는 것을 바라보며 샤갈이 말했다

눈은 사랑의 비늘이야

샤갈이 흰색 코트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어 하늘로 던졌다 동전이 눈 위에 떨어졌고 초록얼굴의 남자가 얼굴과 뒤통수를 보이며 동전 속에 있었다

샤갈은 동전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샤갈의 머리 위로 염소가 날아다니거나 수탉이 거꾸로 서 있기도 했다 샤갈의 눈동자에 눈이 내렸다

우리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눈이 그쳤다 뒤꿈치가 화끈거렸다 자작나무 몇 그루를 삼켰을 뿐인데 입술 사이로 자작자작 불꽃이 튀었다

샤갈이 가까이 다가섰다 내 입술을 열고 울음을 꺼냈다 새갈의 손에는 검은 숯이 있었다 어디선가 동전이 쨍그랑 떨어졌다 초록얼굴의 남자가 동전 속에서 일어섰다 첫 문장이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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