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아실 이―김영랑(1903∼1950)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띠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세상에 혼자 나와, 혼자 살다, 혼자 죽는 것이 사람의 일생이라고 생각하면 퍽 서글프다. 살다 보면 이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 참말이구나 실감할 때가 있다. 특히 혼자 몸이 아플 때, 혼자 마음이 아플 때, 혼자 처지가 아플 때, 혼자의 굴레를 정녕 벗어날 수 없겠구나 느낀다. 김영랑의 이 시도 자기 혼자만의 외로움을 읊고 있다. 내 혼자만의 마음을 알아주시는 임이 계셨으면 좋겠는데 그분은 여기 없다. 없기 때문에 몹시 그립고 애가 탄다. 말하지 않아도 나인 듯 나를 알아주는 그 임에 대해 시인은 절절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 작품은 그 임과 조우하지 못한 상태를 담고 있다.
그런데 실제 김영랑 곁에는 시인의 마음을 시인보다 더 잘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김영랑 시인의 시집을 발간해 주었던 시인이자 친구 박용철이 바로 그 마음의 지기였다. 박용철은 김영랑보다 더 김영랑의 시를 줄줄 외우고 다녔다고 한다. 마음이 시라면, 혹은 시가 마음이라고 한다면 박용철은 김영랑의 마음을 자기 마음속에 품고 다녔다는 뜻이 된다.
이 시는 김영랑의 시이지만 읽을 때마다 박용철이 떠오른다. 내용상 연인을 그리워하는 작품이지만, 읽을 때마다 이 시를 외우던 친구 박용철이 떠오른다. 신기하게도 김영랑의 시는 슬픈 듯하지만 슬프지 않다. 내 마음을 나같이 아실 이가 도통 없다는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내 마음을 나같이 아실 이가 분명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