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걸어가는 사람 ―최동호(1948∼ )
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조금 비껴가는 화살처럼
마음 한가운데를 맞추지 못하고
변두리를 지나가는 바람처럼
먼 곳을 향해 여린 씨를 날리는
작은 풀꽃의 바람 같은 마음이여
자갈이 날면 백 리를 간다지만
모래가 날리면 만 리를 간다고그리움의 눈물 마음속으로 흘리며
느릿느릿 뒷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사람
우리 모두에게는 이름이 있다. 고심 끝에 우리의 이름을 지어주던 모든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잘 자라거라. 행복하거라. 건강하거라. 모든 이름에는 이런 축복이 깃들어 있다. 김 아무개든, 이 아무개든 모든 이름의 시작은 같다.
그런데 세상은 이름에 차별을 부여한다. 널리 알려진 이름만 분명하게 부르고 바라본다. 안 유명한 많은 이름들도 처음에 깊은 희망과 기원 속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자꾸 잊게 만든다. 널리 각인된 이름만 중요한 걸까. 세상사 이치는 어떤 대답을 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시는 ‘아니’라고 말한다. 적어도 시는, 안 알려진 이름이나 기억 덜 되는 얼굴이 무엇보다 더 귀하다고 말한다. 오늘 우리가 최동호 시인의 시를 읽고 나서 마음이 찡해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조용하고 고요한 시를 통해서 큰 격려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인은 여리고 느린 한 사람에게 주목한다. 그리고 평범한 보통 사람을 가장 아름다운 이, 귀한 이로 만들어 주었다.
우리의 인생이 과녁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면 어떠리. 과녁을 맞히지 못했으니까 넌 빵점이라고 탓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이 어떤 핵심을 꿰뚫지 못했다면 또 어떠리. 강렬하지 못했으니까 난 실패자라고 자책하는 것은 내 이름을 지어준 깊은 축복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시인은 자갈처럼 큰 사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래만큼 작은 사람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니, 이 모래들이 더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작게나마 안도하게 된다. 세상은 잊어도 시는 진짜 중요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