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믿음은작아서
각자달라서
우리의믿음은우리가어두워서
우리의믿음은우리가작아서
너무인간적이라서
우리의믿음은해탈과는너무멀어서
몸은작고여기에서멀리있다
그러나
그러나
믿음이없으면무엇이
이어둠을반짝이겠는가
믿음은별이라서
작아도모두반짝인다
믿음은별이라서
믿음은별이라서
오규원 시인은 관념 파괴, 형식 해체를 주장한 시인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습관적으로 따르던 방식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벗어남, 혹은 넘어감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패러디를 자주 사용했고 실험적인 형식도 선보였다. 현대시는 새로움 속에서 태어난다는 것이 그의 정신이었다. 그런 실험 정신이 이 시에도 적용되어 있다. ‘믿음은 별이라서’를 보면 띄어쓰기가 없다. 처음에는 편집 실수인가 싶다가도 오규원 시인의 여러 작품을 읽으면 이해가 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일부러 띄어쓰기를 거부한 것이다.
이 시의 형식은 사뭇 새롭지만 내용은 퍽 보편적이다. 시인은 인간의 연약함과 유한함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상에 묶인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을 바라보듯 믿음을 꿈꾸는, 아니 꿈꿔야 하는 게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당연하지만 아름다운 진실이다. 이 새로운 형식과 익숙한 내용의 만남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최신식 잔에 담긴 오래된 술의 맛이라고 할까. 형식은 업데이트되고 변화한다 해도 우리가 바라고 희망하는 바는 여전하다는 점을 이 시가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변화를 꿈꾸는 시기. 변화를 담을 미래의 그릇은 기술적으로 새로워지더라도 그 내용에는 보편적이고 따뜻한 진실이 담기기를 바란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