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루소가 그린 정글 풍경화다. 폭풍우가 내리치는 날, 호랑이는 번개 때문인지 먹잇감을 덮치기 위해선지 몸을 한껏 낮추며 앞으로 향하고 있다. 동그란 눈을 크게 뜬 맹수는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엇을 쫓고 있는 걸까?
파리시 세관원이었던 루소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 49세에 은퇴 후 전업 화가가 되었다. ‘일요화가’라는 조롱 속에서도 ‘앵데팡당’전에 꾸준히 참가하며 꿈을 키웠다. 그림을 배운 적 없어 표현은 서툴렀지만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창조했다. 이 그림은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20여 점의 정글 연작 중 첫 작품이다.
그림이 전시됐을 때, 아이 그림처럼 유치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국적인 주제와 독특한 화면 구성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그림 속 배경은 멕시코의 정글이다. 루소는 군복무 당시 멕시코 정글을 경험해 봤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그는 단 한 번도 프랑스 땅을 벗어나 본 적 없었다. 세밀하게 묘사된 열대식물들은 파리 식물원에서 본 것들이었다. 호랑이는 파리 만국박람회 때 전시된 박제 동물을 참조해 그렸다. 실제 풍경이 아닌 상상화인 것이다.
‘놀랐지!’라는 제목도 상상력을 자극한다. 평론가들은 호랑이가 먹잇감을 놀라게 하는 장면이라 해석하지만, 호랑이가 쫓는 사냥감은 그려지지 않았다. 루소는 이 그림에 대해 ‘탐험가를 쫓는 호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화면 너머에 총을 든 탐험가가 서 있는지도 모른다.
정글에서 사람과 호랑이가 마주치면 누가 더 놀라서 겁을 먹을까? 호랑이가 두려워하는 존재는 더 사나운 맹수가 아니라 인간일지도 모른다. 다만 무기든 힘이든 지혜든 상대보다 뛰어나야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터. 준비 없이 정글에 간 탐험가는 호랑이의 만만한 먹잇감으로 희생될 게 뻔하다. 미술을 배운 적 없는 루소가 치열한 미술계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상상력과 독창성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