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베이 비치(Bombay Beach)에 있는 솔턴호(Salton Sea)에서 였다. 완전 폐허가 되어 괴물이 나올듯한 사막 가운데 있는 비치다. 뜨거운 햇볕에 바람 한 점 없다. 생선 썩는 괴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주인 잃은 물놀이 기구와 장난감들이 모래 위에 반쯤 묻혀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수영, 뱃놀이, 낚시 등으로 알려진 유흥지였다는데 죽음의 호수가 됐다. 나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그 호수를 향해 서서히 걸어가다 집 모퉁이 돌 만한 걸림돌에 넘어졌다. 다행히 모래밭이라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바로 일어섰다.
바로 몇 발짝 더 들어가서 하얀 소금이 덮인 희끄름한 땅에 발을 딛고 짜디짠 바닷물을 맛보는 순간 한쪽 발이 푸욱 빠진다. 빠져 나올려고 하니 다른 발이 발목까지 쑤욱 거품이 부글거리는 소금밭에 들어간다. 어렸을 때 수렁에 빠졌던 기억이 번뜩 나면서 겁이 났다. 저만치서 사진 찍기에 정신을 팔린 남편을 소리소리 질러 도움을 청했다. 조금 전에 내가 걸려 넘어졌던 그 걸림돌을 놓아 주어서 그 돌을 딛고 빠져나왔다. 나를 넘어뜨린 걸림돌이 수렁 같은 염전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솔턴호수는 콜로라도 사막에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최대 호수로 예술가들이 낭만을 찾아 모였던 곳이 아니던가! 아직도 그 잔재들이 모래 위에 남아 옛 영광을 그리워하며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것 같다. “호수를 살려 주세요.” 많은 사람이 비치에 모여 추억을 쌓았던 아름다웠던 곳이 지금은 물이 모이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 없는 소금호수가 되어 봄베이 비치 시를 폐허시킨 아주 큰 걸림돌이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걸림돌을 만난다. 때로는 인관관계에서 유독히 힘들게하는 큰 걸림돌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나는 대학 기숙사에서 일년내내 룸메이트에게 괴롭힘을 받아 학교를 그만 둘려고도 했지만, 그 고통을 이기기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어려움이 지금의 나를 있게했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여러 걸림돌 같은 역경이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과 성숙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는 필수 요소 일 수 있다. 같은 돌이라도 걸림돌이 될지 디딤돌이 될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솔턴호에서 나를 넘어지게 한 걸림돌이 수렁에 깊게 빠질 뻔했던 내게 디딤돌이 되어주었다. 누군가가 버린 돌이 누군가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모퉁이 돌, 아니면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걸림돌로 태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걸려 넘어진 그 버려진 돌은 오래전에 어느 멋진 집의 머릿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성경에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된 말씀이 있다. 머릿돌은 ‘ 서로 연결하다.’ 라는 뜻이다. 머릿돌에 의지하여 서로 연결하여 집을 짓는 것처럼 어떤 장애물이 우리 앞을 막아도 아름다운 집을 짓는 것이다. 그 집을 짓기 전에 혹여 내 자신이 교만하여 누군가에게 걸림돌이 된적은 없었는지 생각해 본다. 걸림돌에 넘어지는 자에게 겸손히 엎드려 등을 내어 줄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어 함께 일어서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영화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