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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통신]스스로 고치고 만들며 산다

“미국인은 뭐든지 직접 하는 것 익숙손수 고장난 차 고치고 이삿짐 옮겨아이에게 물고기 잡는 법 가르쳐야”

2017.08.24

 

 

이현숙
재미수필가

 

책상을 새로 샀다. 
조립 가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이케아에 가서 전시된 상품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
집에 돌아와 상자를 열어 보니 쏟아져 나오는 크고 작은 나무판과 부품에 일련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었다. 
설명서에 만드는 과정이 단계별로 상세하게 적혔기에 순서대로 따라 했다. 
봉투에 나사와 볼트가 들어 있고, 조일 수 있는 작은 공구와 접착 풀까지 곁들여서 편리했다.
둘이 조립을 하고 있는데 큰아들이 왔다.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손을 모으니 시작한 지 두 시간 만에 멋진 책상이 만들어졌다. 
완성품을 사는 것에 비해 돈이 절반 정도 절약됐고 무엇보다 가족이 둘러앉아 만들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Do it yourself.’미국인은 스스로 고치고 만드는 일이 몸에 배어 있다.
자신이 해결하려는 자립심이 강하기도 하지만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이웃집 차고에서 자동차 보닛을 열고 아버지와 아들이 차를 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이어나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은 기본이다.
라디에이터 필터와 오일 체인지도 하고, 엔진 오일이나 냉각수는 수시로 확인한다. 
자녀가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면 한인들은 주로 새 차를 사주는데 그들은 자신이 타던 차를 물려 주거나 중고차를 사기에 고장이 나면 함께 고친다.
20년이 넘어 페인트가 벗겨지고 여기저기 흠집이 났어도 구석구석 자신의 손길이 배었기에 열심히 세차하는 그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낀 적이 많다.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면 정비소에 맡기지만 간단한 수리는 아버지에게서 배운다. 
자동차 부품가게가 곳곳에 있어서 사기도 쉽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되기에 편리하다. 

집수리도 직접 한다. 
가구는 완제품보다는 조립식을 많이 사고 집안의 분위기에 맞추어 수리를 자주 한다. 
목욕탕 타일을 바꾸는 일과 집 안팎의 페인트칠은 물론이요, 지붕의 방수 처리까지 한다. 
부엌 싱크대를 교체하고 서랍 안을 정리하기 쉽게 칸막이도 해 넣는다.
대형 건축자재를 파는 홈디포(Home Depot)나 로우스(Lowes)에서는 각종 공구와 자재를 갖추고 초보자도 이용할 수 있게 전문가가 자세히 설명해 준다.
크기를 재어서 가면 원하는 대로 제작해 주기에 제자리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되고, 페인트 스프레이 등 개인이 사기 어려운 큰 기계는 빌릴 수 있다.
며칠 전에는 창문의 모기 방충망에 동전 크기의 구멍이 생겨 망을 사서 바꿔 끼웠고, 욕실의 수도꼭지가 낡아 새로 장만했다.
뒤뜰의 나무 울타리가 덜렁거려 철사로 대충 엮었는데 아들이 쉬는 날 새것으로 바꿀 계획이다. 
무리하지 않고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하나씩 일을 하니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자기가 직접 고치고 만들다 보니 집안에는 공구가 많다.
우리 집만 해도 차고에 잔디 깎는 기계 두 대와 나뭇가지를 치는 전기톱이 정원사를 부르지 않고도 앞뜰을 정리할 수 있게 대기 중이다.
한쪽 면에는 선반을 설치해 여러 종류의 못이 담긴 통부터 렌치와 드라이버, 드릴 등 각종 공구가 놓였고, 세 개의 크기가 다른 사다리도 있다.
쓰고 남은 목재들은 재활용을 위해 한쪽 구석에 세워 놓았다.
작은 철물점을 차려도 될 정도로 다양하다.

이사를 하거나 큰 짐을 옮길 때도 이삿짐센터를 이용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트럭을 빌려주는 유홀(U HAUL)회사를 이용하면 훨씬 싸다.
본인이 직접 운전하기에 인건비가 절약되고 사용료와 보험료만 내면 된다.
필요하면 손잡이 수레와 밧줄도 함께 빌리고 이삿짐을 넣는 상자도 살 수 있다.
더구나 곳곳에 가맹점이 있어서 처음 빌린 곳에 반드시 돌려줄 필요가 없고 편한 지점을 지정해 반납할 수 있게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큰아들이 이사할 때 침대 매트리스와 소파 때문에 소형 트럭을 세 시간 빌렸는데 90불을 냈다. 
이 정도면 이삿짐센터 이용료의 다섯 배는 절약한 셈이다.

미국인은 어릴 적부터 부모들이 하는 것을 직접 보고 배웠기 때문에 스스로 해내는 것에 익숙하다. 
아버지가 차를 고칠 때 옆에서 렌치를 집어 주고, 지붕에 올라가 사다리를 잡아주는 것은 살아 있는 경험이다. 
트럭을 손수 운전하며 이삿짐을 옮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의식이 전혀 없다. 
어릴 때부터 손에 익고 눈에 담은 지식은 잊히지 않는다.
기본을 알면 아는 만큼 삶이 편하고 돈과 에너지가 절약된다.
자주 하다 보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에 경쟁력을 키우는 연습이 되기도 한다.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탈무드의 명언이 떠오른다. 

Do it yourself. 하나씩 보고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편 옆에서 거들기만 하는데도 일을 마친 후에 오는 성취감이 크다.
미국에 살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고치고 만드는 실용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이현숙
재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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