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배 헬레나

내 유년 시절 아련한 기억의 배경에 이 시가 걸려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이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리니.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이 시는 아마 내 인생 제일 처음 접하였고 또 내가 끝까지 암송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엄마가 어린 나의 양육을 할머니께 맡기고 서울로 떠나버렸기 때문인지 외로움을 일찍 체득한 것 같다.

 

삶이 나를 어떻게 속일 수 있는지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않고선 어린 나는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 반드시 행복한 미래가 올 것이라는 믿음의 메세지에 위로받으며 자랐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한순간이며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리라는 옛 시인의 예언은 이순이 다 된 이제야 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