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가을 내내’는 ‘가으내’일까, ‘가을내’일까

 

높고 푸른 하늘이 가을의 절정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요즘이다. ‘가으내’ 주렁주렁 매달린 탐스러운 열매들은 수확이 한창이다.

‘가으내’는 ‘한가을 내내’를 의미한다. 그런데 혹자는 ‘가을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가으내’를 보면 ‘가을내’를 급히 쓰는 바람에 ‘ㄹ’ 받침을 빠뜨리고 잘못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내’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의 의미를 지닌 ‘내내’를 가리킨다. ‘봄 내내’ ‘여름 내내’를 줄여서 한 단어로 ‘봄내’ ‘여름내’로 쓸 수 있다 보니, ‘가을 내내’는 ‘가을내’로 쓰는 게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가을’과 ‘내내’가 합쳐진 말은 원래 ‘가을내’였겠지만 ‘가을내’는 발음하기 힘들다 보니 발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ㄹ’ 받침이 떨어져 나가 ‘가으내’가 됐다. ‘가으내’가 다수에게 널리 쓰이면서 ‘가을내’가 아닌 ‘가으내’가 표준어로 등재된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겨울 내내’를 한 단어로 줄여 쓴 ‘겨우내’ 역시 ‘겨울내’보다 발음하기 쉬운 ‘겨우내’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예전에는 농한기 때 야산에 올라가 나뭇가지와 풀을 베어 겨우살이 땔감을 준비하곤 했다”에서의 ‘겨우살이’도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원래 ‘겨울+살-+-이’의 형태였으나 발음을 보다 자연스럽게 하려다 보니 ‘ㄹ’ 받침이 떨어져 나가 ‘겨우살이’가 됐고, 이것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