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잊지 않을 거예요

                                                                                                                                         이희숙

 

 

  널 어떻게 보내니? 팬들은 이별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반환된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들었다. ‘푸바오는 행복을 준다는 뜻을 가진 자이언트 판다이다. 이어 에버랜드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 반환 하루 전날, 모친상에도 불구하고 중국까지 동행한 이유가 전해졌다. 까다로운 국제 이송 절차 때문에 예정대로 푸바오와 함께 중국행 화물 전세기에 몸을 실었단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푸바오가 잘 적응하도록 중국어를 배워 사용했다. 세상에나! 대단한 애정이 느껴졌다.

 

  판다의 부모인 아이바오와 러바오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방한하며 한중 친선 교류의 기념 상징으로 한국에 왔다. 가임기가 매우 짧은 판다의 특성상 새끼 판다를 만들어 주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마침내 한국 최초로 판다 자연 임신에 성공하여 푸바오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태어나자마자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푸바오는 에버랜드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어떤 사람은 코로나 속에서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큰 위안을 얻고 긴장을 해소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쌍둥이 여동생과 부모를 남겨두고 돌아가야 하나?

 

  이유는 전 세계 1,800여 마리 정도 남은 멸종위기종인 판다의 소유권은 모두 중국이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종 번식이 가능한 만 네 살 나이가 되면 해외에서 태어났어도 짝꿍 판다와의 교류를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납득은 되지만 떼쓰는 손녀처럼 나도 푸바오를 붙잡고 싶었다.

 

  하얗고 통통한 얼굴에 검은 눈, 참을 수 없는 사랑스러운 존재의 판다는 친밀한 이미지다. 중국은 오랜 기간 이런 판다 외교를 해왔다. 판다 외교는 당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역사서에는 당시 당나라 측천무후가 일본 왕실 천무 천황에게 판다 두 마리를 보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푸 공주가 태어날 때부터 사육한 강 할아버지의 모습을 유튜브 영상에서 찾아보았다. 할아버지는 푸바오가 태어났을 때 구름 위를 날아가는 것처럼 행복했다고 말했다. 보통 판다는 생후 40일 정도 지나야 눈을 뜨곤 하는데, 푸바오는 15, 18일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빨리 눈을 떴다.

 

  그 후 엄마 품을 떠나 할아버지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제 엄마의 젖 대신 혼자 음식을 먹어야 했는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었다. 푸 이빨은 납작해서 음식을 잘 끊고 씹기가 힘들었는데, 할아버지는 대나무 속 부드러운 죽순을 먹는 방법을 보여 주었다. 푸는 맛있는 음식을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 치웠고 배가 불러야 행복한 먹순이다. 칭찬받으며 손바닥만큼 작던 푸는 폭풍 성장했다. 현재는 100이 넘어 남부럽지 않은 건강을 자랑한다.

 

  푸바오는 모험심이 많고 활동적이었다. 나무 기둥을 타고 미끄럼타기, 공놀이, 물놀이하는 모습이 마치 손녀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저녁엔 놀이터에서 집으로 안 들어간다고 떼를 쓰다 하는 수 없이 할아버지 팔에 안겨 끌려갔다. 푸는 원하는 것을 할아버지에게 행동으로 표현했다. 배가 고프거나 간식을 먹고 싶으면 소리를 지르며 때굴때굴 굴렀다. 나무뿌리 근처의 땅을 파며 심술을 부리기도 했다.

 

  봄이 오면 할아버지는 유채꽃을 심어 고향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엄마와 아빠를 데리러 중국에 갔을 때, 그곳에 유채꽃이 가득했다고 한다. 푸는 유채꽃을 가지고 장난치며 놀았다. 겨울엔 눈을 좋아해 눈 위에서 뒹굴고, 떨어지는 눈송이를 받아먹기도 했다.

 

  푸바오는 중국 쓰촨성 판다 기지에 격리되어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 힘쓰고 있다. 푸바오 사진으로 꾸며진 펜션에서 대나무 죽순을 주었지만 먹지 않고 숨는 모습이 영상에 비쳤다. 계속해서 구르는 모습에 팬들은 푸바오가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식 사육방식과 기호와 성숙 단계, 몸 상태에 따라 적응할 것이다. 판다 알이를 하는 팬들은 응원과 사랑을 보냈다.

 

  푸바오를 부탁하는 할아버지는 상대 사육사를 존중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사랑하는 푸바오! 할부지가 너를 두고 간다. 꼭 보러 올 거야. 잘 적응하고 잘 먹고 잘 놀아라.”

  푸바오는 할아버지에게 응답했을 것이다.

  “할아버지, 애쓰셨고 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앞으로 남에게 기쁨을 나누어 주며 행복하게 살게요.”

  나 역시 받은 사랑을 주위에 나누어주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푸바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