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적이고 신비이다 / 이정호

 

  예전에는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느끼지 못했다. 하루 하루 지나는 일상 생활이 단조로울 때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고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있었다. 단지 반복되면서 지나가는 하루였다. 꿈이 있다면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노력해오며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삶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발버둥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바심을 내면서 안타까워하며 살아왔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명예를 얻기 위해서 편안한 삶과 노후를 위해서 열심히 나의 삶과 이야기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삶의 노예가 되지 않게 되었다. 삶으로 끌려 가는 것이 아니고 삶의 틀을 벗어나 위에서 삶을 바라보며 살게 되었다. 모든 것이 성취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루어 지든 이루어 지지 않든 순리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순간을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해 살며 바로 지금 행복과 평안을 얻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소한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가 숨쉬는 것이 살고 있는 것이 걷고 있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우주에 살고 있는 조그만 생명이 신비로 느껴졌다. 우주의 탄생과 지구가 만들어진 것은 기적이 아닌가. 물론 하나님이 창조했다고 믿지만 모든 것이 기적이고 신비가 아닌가. 그리고 태양계에서 일어나는 행성들의 움직임, 지구에서 발생하는 자연의 조화, 꽃이 피고 동물들이 자라나고 바다에서는 물고기들이 풍성하게 있어 인류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고 있다. 우리 몸은 세포와 장기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우리를 지탱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이루어진 조화는 우리를 파멸로 이끌지 않고 존재하게 하고 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인 것으로, 그저 보이는 자연인 것으로 지나쳤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들이 신비롭다. 내가 살고 있는 자체가 기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라는 인간의 존재가 이렇게 탄생된 것을 찬미하고 싶다.

 

  나는 하루 하루를 생기 있게 살고 싶다. 거리를 지나며 꽃을 보면서 그것들을 음미하고 싶다. 그들의 향기를 맡고 싶다. 나무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소리를 가까이 듣고 싶다. 푸르른 하늘의 구름을 멀리서 쳐다보고 싶다. 떠오르는 수평선위에 강렬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새롭게 쳐다보고 싶다. 나에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주고 싶다. 그래서 박노해의 시처럼 나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싶다.  육체는 사라져도 영혼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박노해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마지막 부분을 조용히 읊고 싶다.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이다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