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과 수필 쓰기/ 박유니스 

 

그동안 동료 문인들과 오랜 시간 합평과 글쓰기를 하고 또 최근에 신인상 심사위원을 하며 느꼈던 점 등을 공유해 보기로 합니다. 

 

o. 합평할 때

 

한 가지를 지적하려면 한 가지 칭찬을 하고 세 가지를 지적하려면 반드시 세 가지의 칭찬을 한다. 한 가지도 칭찬할 거리가 없는 글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정목일) 지적은 정확히 하고 칭찬은 상세하게 한다. '글이 참 좋아요’보다는 어느 문단의 어떤 표현이 좋은지 꼭 집어 말한다.

 

내 글을 두 번 읽을 때 타인의 글은 다섯 번은 읽어야 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가 렘브란트(1606 - 1669)는 <감옥에서 성경 보는 노인>을 그릴 때 사도바울의 옥중서신(신약성서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을 무려 18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합평의 목적은 우리 글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모으고 최대치의 공통 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화자 개인의 인생관이라던가 역사관, 세계관은 가능한 한 서로 터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는 글 공부를 하는 것이지 담론을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아니다. 거대 담론이든 미세 담론이든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는 피하도록 한다. 그것은 개인마다 다르고 또 합의점에 도달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소 불쾌한 지적이 있더라도 상대는 앞으로도 함께 글 공부를 하고 변변찮은 내 글을 시간 들여 읽어  준 고마운 문우임을 잊지 않는다.

 

o. 글에 한자, 사자성어를 쓸 때    

    

    장점:     1. 한글만으로는 그 뜻이 분명하지 않을 때.                               

              2. 특정 어휘나 문장의 뜻을 강조하고 싶을 때.

              3. 같은 의미를 가진 어휘의 중복을 피하고 싶을 때.    

 

    단점:  한 편의 글에 한자나 한문이 두 개 이상 세 개가 넘으면,

              1. 글이 나이 들어 보인다.

              2. 젊은 세대가 어렵다고 읽기를 주저한다.

              3. 투고된 원고 중에서 사자성어가 4개까지 나오면 그 글은 옆으로 젖혀 놓는다.                           (이경은 잡지 편집자의 말)

 

o. 글에 영어로 된 표현이나 단어를 쓸 때  

            

 한글로 글을 쓰지만 삶의 터전이 영미권이므로 일정 수준의 영어 표현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잔잔한 일상 가운데서 글을 길어 올리고 사소함 속에서 삶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수필은 그 발을 담은

 토양의 숨결을 떨어 버릴 수 없다. 그것이 진흙밭이든 모래밭이든 우리 글에는 우리 삶의 텃밭의 체취   가 녹아들기 마련이다. 

 

한국 문단의 일부 평자들은 미주 문인의 글에 쓰인 영어를 마치 쌀에 섞인 뉘 고르듯 지적하는데 그것이 영어건 프랑스어건 글로벌 시대에 그 자리에 적합하고 가장 아름다운 어휘를 골라 쓸 권리와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글 수필에 지나치게 많이 섞인 알파벳은 눈에 거슬린다. 영어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말은 굳이 알파벳으로 쓰기보다는 편한 한글로 표기한다. 예) 허그(o), hug(x)  


 

o. 인용할 때

 

문호의 글, 시, 명언, 영화 등을 인용하려면 20%의 인용과 80% 자기 느낌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박양근의 <압언(押言)으로 읽는 수필>에서)

   

간접 체험을 이끌어다 쓰기 위해서는 먼저 원 체험자의 체험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인용은 글의 흐름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고 글을 전체적으로 경박하게 보이게 한다. 사건묘사는 간단하게 하고 심리묘사는 자세히 한다.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 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 말동 하여라.    

 

이 시조의 초, 중장 하나를 인용한다고 해도 기생 매화의 원 체험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봄을 기다리는 선조들의 숨결’정도로 인용한다면 제대로 된 인용이라고 할 수 없다. (최승원) 

      

ㅇ. 수필의 길이

 

 특별한 주제가 아니면 200자 원고지 12장에서 15장 정도로 쓰도록 한다. 평소에 짧게 쓰는 연습도 해   둔다. 길게 쓰기는 쉬워도 짧게 쓰기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수필의 묘미는 작가가 감동했던 일, 마   음 아팠던 일, 분노했던 일을 압축된 글에 녹여내는 데 있다. 짧게 핵심적 메시지가 분명해야 좋은 글   이라고 한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프랭클린 대통령은, 젊었을 때 신문 사설 줄여 쓰기로 문장 수업을 했다고   한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a) 세 시간 연설은 준비 없이 하고, 

                         b) 30분 연설은 세 시간 준비하고 

                         c) 3분 연설은 밤새워 준비했다고 한다.

 

o. 수필에는, 

    

   시의 서정

   소설의 구성

   시조의 율격

   희곡의 현장감

   평론의 비평 정신 등이 포함될 수 있다. 

 

    ㄱ. 시적이고 서정적인 표현은 어휘가 아닌 글의 내용에 그것을 담아야 한다. 감성적인 

        어휘로 도배된 글은 글 격이 떨어지고 읽는 독자들의 감성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ㄴ. 아무리 빼어난 문장이나 묘사도 서사적 이야기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감동이 덜하다.  

    ㄷ. 역사적인 사실을 쓸 때는 특히 고증을 완벽히 해야 한다.             

    ㄹ. 시사에 관한 글을 쓸 때는 철저하게 주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주제에서 멀어지면 

        본질을 호도하고 문제의 논점을 흐린다. 또한 시사 문제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최근의 것이 아닌 한참 지난 시사 이슈는 독자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o. 그 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수필 쓰기에 관해 한 번 더 공부한다. 

     

     1.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시제는 현재가 좋다. 

     2. 글의 마지막에 <바다>를 넣으려면 앞의 어딘가에 그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 

     3. 한 문장은 30자에서 35자 내외로 하고 단락은 대여섯 개의 문장으로 한다.

     4. 주어와 술어는 가깝게, 부사는 동사에, 형용사는 명사 가까이 둔다.

     5. 어휘의 배열,

          

          a) 짧은 단어를 먼저 쓰고 긴 것을 뒤에 쓴다. 예) 합평과 글쓰기

          b) 긍정적인 것을 앞에 부정적인 것을 뒤에 오도록 한다.

          c) 시간적 순서는 그제, 어제, 오늘, 내일 순으로 쓴다.  

          b) 공간적 원근: 여기, 저기, 거기  

          c) 대상의 경중: 나, 가족, 민족, 인류 

    

     6. 쉼표(,)는 2줄 이상 넘어갈 때 쓴다. 감탄사와 느낌표는 자주 쓰지 않는다.

     7. 제목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도 중요하다. 제목은 글의 내용과 부합해야 한다. 

     8. 소재의 가공이 잘 되었는가, 소재가 주제를 최대한도로 받쳐주고 있는가  

     9. 문단, 문장, 맞춤법, 띄어쓰기, 단어들은 적합한가 

    10. 글 어딘가에 독자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익살과 해학이나 유머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