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새의 공격

 

 

 

  시계가 6시를 조금 넘긴 이른 아침, 습관처럼 라떼를 만들기 위해 커피머신 앞에서 우유를 따르고 느긋하게 캡슐을 고르던 중이었다.

 

  갑자기 내 집 작은 뜰이 새 소리로 소란스럽더니 눈앞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거실 유리문에 부딪쳐서 그대로 시멘트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게 아닌가. 저런! 방충망 너머로 보이는 어린 새는 채 자라지 않은 여린 날개를 푸드덕 거리다가 이내 지쳐 버리고, 어린 새를 따라 날아들던 한 무리의 새 떼가 정신없이 삐익삐익 짖어대고 있었다. 그 아기 머리 위로는 어미로 보이는 새 한 마리가 절박하게 울어대며 공중에 떠 있는데, 나는 살면서 그리 다급한 새 울음은 처음 들었다.

흔치 않은 일이라 깜짝 놀라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해서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커피 생각에 잠시 자리를 뜨게 되었다. 이 때를 기다린 듯, 어미 새는 후다닥 마당에 내려 앉아 자신의 가슴 털에 새끼를 묻고 제 입 안의 먹이를 새끼에게 먹여 주기 시작했다. 상아빛 어린 부리는 마침내 안도가 되는지 사력을 다해 입을 벌리고 어미가 토해 준 것을 받아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린놈은 제 어미의 입만 바라보고 있고, 어미 새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먹이를 건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서야 나는 이들에게 일어 난 일을 짐작했다. 그 새끼에게 어미보다 나은 방패가 또 있으랴. 호기심이 더한 나는 아예 구경꾼에서 관찰자가 되어 그들에게 바싹 다가들었다. 어미 새는 나의 조심스런 발걸음에도 짧고 날선 울음을 신호처럼 내 보냈다. 먹이를 건네던 동작도 한층 빨라졌다. 모진 인간이 해코지를 할까 경계했던 것이리라.

 

  어미 새의 애처로운 마음을 뒤로 하고 아침풍경이 이 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겠나 싶어 나는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살금살금 다가가 그 보드라운 깃털을 만져 보고 손바닥 위에 올려 놓아보기도 하다가 사진을 한 장 남겨 놓으려고 한 손으로 폰 카메라를 조작하고 있었다. 이 때 다시 어미 새가 공중으로 박차 오르더니 날카롭게 비명 같은 울음을 내뿜는 것이었다. 그러자 울타리로 쳐 놓은 대나무 가지 위로 한 무리의 새 떼가 지원군인 양 줄지어 내려앉고,  날개를 거칠게 저으며 피가 터질듯 한 고음의 합창을 퍼 부었다. 정원의 조경 등에 반사 된 그들의 날개가 일순간 칼날처럼 번득였다. 그들은 나를 해치울 심산이었던 모양이다. 괜찮아, 괜찮아. 작고 여린 심장이 팔딱이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억지를 내어 카메라를 들이대다가 문득 한 생각 앞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저리 울어대는데, 아무래도 생명에 대한, 다른 피조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서둘러 부엌으로 가서 쌀을 짓찧어 마당가에 뿌려 주었다. 내가 그들에게 보여 줄 호의는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참사였지만 나로선 참 뭉클한 광경이어서 나는 그 아침을 방충망 앞에서 선 채로 보냈다. 어린 새는 토마토 화분에 앉았다가 울타리 지주목 위에 앉더니 다시 대나무 울타리에 매달리기를 수차례, 드디어 울타리를 넘어 날아갔고, 나를 위협하던 새 떼도 키 큰 자카린다 나뭇가지 위로 높이 날아 물러갔다.

   덩치는 겨우 참새만 했고 목에 두른 주황색 깃털은 급소마저 알려 주는 듯 했지만 그 어미새의 공격은 용감하고 처절했다. 새끼를 구하려는 어미 새의 몸짓을 어디 본능이라고만 하겠던가! 우리네 어미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기독문학’ 19집,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