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은 요동치지 않는다

 

                                                 

  내년에 메르세데스 벤츠의 중심 모델인 E 클래스가 새로운 모델을 내어 놓는다고 한다. 기업에서 일정 기간 후에 어떤 제품의 모델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벤츠이고 E 클래스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 관심이 큰 모양이다. 자동차 매니아들은 벌써부터 새 디자인을 추측해 보기도 하고 경쟁 차종들과의 비교를 내 놓기도 한다.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리는데 전면 변경될 것이라는 쪽과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이다. 어느 쪽이라도 새 모델을 기다리는 고객으로서 즐거운 일이지만 나의 경우 조심스럽게 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만일 E 클래스가 전면적으로 모델을 바꾼다면 그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게 아니라면, 디자인은 바뀐다 해도 E클래스가 갖고 있는 전통적 관념을 따를 것이고, 실내장식이나 기능면에서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첨단을 덧입을 것이라는 게 나의 상식선의 견해다. 

  E 클래스의 고객은 중년층 이상이다. 벤츠에는, 수익률이 주춤하던 시기, 이 사실을 간과하고 젊어져야겠다는 강박으로 디자인을 변질(?)시켰다가 호되게 당했던 ‘BMW와의 추억’이 있다. 결국 벤츠는 중후함을 지키기로 결정했고 보수적인 직선을 테마로 선택했다. 인테리어도 엄중함을 고수한다. E 클래스는 이런 벤츠의 전략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현재 ‘끝물’임에도 전문가가 놀랄 만큼 꾸준한 판매실적을 내고 있다. E 클래스는 이런 뒷심으로 그것이 명품임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바로 여기다. 

 

  인생에도 명품이 있다. 명품 인생은 시류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유명한 일화는 깔끔하기가 통쾌할 지경이다. 거지(?)  디오게네스가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의 권위를 내세워 “내가 누군지 모르는가, 소원을 들어주겠다” 제안했고, 디오게네스는 “그대는 내가 누군지 모르는가, 햇빛을 가리지 말라”했다고 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 자리를 물러나와 “내가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고자 했을 것”이라고 했단다. 명품인생은 이렇듯 세상과 구별된다. 

 

  미국이 동성애자들의 요구를 합법화했다. 이는 사회전반의 성인식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대학생 딸이 남학생과 룸메이트 하는 날이 올 것이고, 혼숙이 죄의식 없이 성행할 날도 시간문제로 남았다. 성性 모럴(moral)에 빗장이 풀린 것이다. 빗장 풀린 보에 가림막을 대기란 쉽지 않다. 사회적 지지가 망가져 버린 성도덕은 이제 가정의 몫이 되었다. 

지지자 입장에서는 정의를 실현한 것이라 하지만, 민주주의를 냉소적으로 보았던 플라톤의 “대중은 우매하다”는 전제를 수용한다면 2015년 6월 26일의 미국 대법원 판결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결정이었다. 나는 신학이나 법학적 논쟁을 하려는 게 아니다. 주기도문도 제대로 못 외우는 내가 그런 논쟁을 한다는 것은 우스갯감일 뿐이다. 다만 이 땅에서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로서의 불안과 공포를 걷어 낼 길이 없으니 이 깊은 우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은 것이다. 나는 그 답을 명품전략에서 구하려 한다.

 

  중심은 요동치지 않는다. 명품은 저변동성을 가지며 쉽게 모험에 뛰어들지 않는다.

명품의 끝물은 쇠락의 길이 아니다. 신제품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스스로의 존재감을 여전히 누리는 특징이 있다. 샤넬은 샤넬라인을 고수하고 있고, 루이뷔통은 변함없는 모노그램 디자인으로 조용히 유행을 이끌고 있다.  

  나는 이제 나의 자녀를 하나님께 맡기려 한다. 이 땅의 모든 자녀들이 또한, 그의 말씀에 힘입어 명품으로 자라기를 간구한다. 사회적 패러다임이 아무리 변해도 말씀은 요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5.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