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 함께 춤을 추리라

유숙자

첫 수필집을 내고 1년 만에 품절되었다. 출판사에서 시중 각 서점에 내놓았는데 다 팔린 모양이다. 이따금 책을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으나 내가 남겨 두어야 할 일정량 이외에 여유가 없었다. 서울에 산다면 좀 더 신경을 썼을 것이나 아쉬운 대로 ‘남아도는 것보다는 낫지.’ 싶었다. 다만, 이곳에서도 책을 갖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선뜻 내놓을 여유가 없는 것이 미안했다.

 

처녀 수필집 <백조의 노래>를 일독하고 개인적으로 평을 해서 보내주신 몇 분이 계시다. 그저 감사하고 송구할 뿐이다. 나는 인터넷 서재를 갖고 있지 않다. 서재 관리를 부지런히 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어서 편하게 지내기로 했다. 책을 출판했기에 인터넷에 뜨고 수필집에 관한 설명이 필요한 만큼 나오기에 그만해도 충분할 것 같다.

 

2009년 8월 10일 인터넷에 <백조의 노래> 감상문이 실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연변 가야하(gayaha) 홈페이지의 장설련(작가 예명 달아달아)이라는 분이 글을 올렸다. 생면부지의 독자로부터 자신의 수필집을 읽고 감상문까지 올려졌다면 글 쓰는 사람에게 크나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과분하게 평가하여 부끄러웠으나 그 글이 내게 힘을 주었다. 연변에 사는 분이 품절 된 지 2년이 지난 책을 어떻게 구했는지 알 수 없으나 수필집을 읽고 감동을 하셨다니 감사했다.

 

아래 소개하는 글은 그분이 인터넷홈페이지에 올린 것인데 감사한 마음으로 옮겨 본다.

 

백조, 사랑, 꿈----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강렬하게 한 작품집이 있었다. <백조의 노래>는 유숙자 선생님의 생활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발레와 음악이 <백조의 노래> 전체 흐름을 이어놓고 있는 이 수필집을 읽으면서 나는 선생님의 인생을 느낄 수 있었다.

생명으로 사랑했던 발레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문학을 선택하게 된 선생님의 아픔, 그런 아픔을 나도 느낄 수 있어서 이 수필집이 내게 더 깊은 감명을 남겨주었는지도 모른다. 종래로 발레를 배운 적이 없다지만, <백조의 노래>는 그 사연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선생님은 문학이라는 새로운 약으로 그런 아픔을 달랬고, 문학과 어우러져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으면서 위안을 느끼고 있었다.

 

발레는 선생님의 생명이다. 발레와 음악이 <백조의 노래>와 <백조의 호수>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차이콥스키, 베토벤, 모차르트, 그런 음악 거장들을 선생님은 많이 사랑하신다. 그래서 수필집이 언제나 감동을 전해 주는 예술이 넘쳐흐르고 있다. 예술과 문학을 하나로 이어주는 작품집, “문학은 예술이고 예술이 바로 문학이다.”는 감동을 강하게 전하고 있었다. 은밀하게 김칫독을 땅속 깊은 곳에 묻어 잘 숙성시키고 발효시켜 제대로 맛을 낸 김장김치 같다고 할까. 선생님처럼 참으로 감명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보면 <백조의 노래> 이 수필집은 내게 참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이다.

 

선생님의 문장에 자주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곳 전설이거나, 이웃집 외로운 노인, 작은 감나무나 조그마한 옆집 소녀 등 다양하게 얼굴을 비치고 있다. 그것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에 여행을 다녀오고, 그런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 그래서 내 글을 읽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감명을 받을 수 있는 것, 내가 원하는 글쓰기였다. 지금 내가 선생님의 책을 읽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에 사로잡힌 것처럼 내가 쓴 글을 읽는 독자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백조의 노래>는 내게 더 큰 동경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죽음과 사랑과 희망과 인생이 이 책에서 조용하게, 은은하게 그리고 따뜻하고 아름답게 해석되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아무런 꾸밈없이 순수한 그대로 마음이 따뜻해 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더 사랑한다.

 

분명히 유숙자 선생님은 나를 모르고 계시지만, 태평양 건너에서 이 책을 읽는 나도 오늘 전까지는 선생님을 모르고 있었지만 <백조의 노래>는 그런 시공간을 뛰어넘어 나와 선생님을 연결해 놓았다. <백조의 노래>를 보면서 수필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조용히 소녀의 꿈도 영글어갔다.

백조와 함께 춤을 추리라.

 

수필집에 이메일 주소가 있음에도 개인 메일로 글을 주지 않고 인터넷작가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보면 꽤 조심성이 있는 분 같다. 감사한 마음만 간직하기로 했다. 생면부지 작가의 글을 읽고 정성을 들여 감상기를 적어 올린 마음이 아름다워 침묵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그저 감사하게 받아들이면 될 것을.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 중에서 어느 한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비록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누가 알겠는가? 세계가 하나인 요즈음 세상에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만나게 될 행운이 올는지. 그렇게 된다면 반갑게 나를 열어 보이리라. 글을 통해 만난 아름다운 사람 장설련. 그대,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보는 마음 하늘만 하다.

 

겸손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는다. 한 자 한 자 모여 빚어진 수필이 내 영혼의 울림이었기를 바라며 열과 성울 다하여 쓰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으리라. 진실의 바탕 위에 선 맑은 마음으로, 기도 하는 마음으로, 마음 밭에 씨 뿌리고 꽃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기 간절히 소망한다. 미지의 나의 독자를 위해서.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