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서

                                                                                                                                                          유숙자

신록의 계절 5월이다. 봄이 무르익어 누리 가득 초록빛으로 설렌다. 싱그러운 공기가 심신을 정화 시켜주어 산뜻하고 상쾌하다. 신년 계획도 까마득한 옛일로 여겨지고 삶이 늘어지는 이맘때면 우리에게 활력을 주고 체력을 소생시켜 주는 5월이 화사하게 찾아든다.

아직은 덥지 않아 쾌적하고 꽃이라 이름 붙여진 것들은 모두 봉오리를 활짝 터뜨려 만개의 절정을 이룬다. 자연의 눈부시고 아름다운 정경. 하늘, 나무, , 영원성이 우리를 위로하고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살아 있음이 너무 소중해서 맥박은 더욱 활기차게 뛴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에 목숨 걸었던 지난 일들, 감정이 의지를 따라가지 못해 부끄러운 때가 얼마나 많았는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에는 여유를 부려 보고 싶다. 물이 흐르듯, 숲속을 지나온 바람같이 그렇게 유유자적하며 살고 싶다.

눈부신 계절에 어머니날이 있어 좋다. 어머니라고 이름 붙여진 이래 희생으로 점철되어온 삶이 아니었나. 가장 화창한 계절의 하루를 어머니날이라 정하여 기리는 때문에 평소의 수고가 사르르 가셔지리라.

 

며칠 , 친구의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친구 분을 바닷가로 초대했다. 요즈음 젊은이로는 드물게 어른에 대한 예의가 깍듯하여 해마다 어머니날이 가까워 무렵이면 우리를 여왕으로 등극시켜 준다. 친구의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극진한 것은 좋은 남편과 이해심 많은 시어머니께 감사의 마음 표현일 게다. 시어머니가 싫어서 시금치를 먹고 며느리가 싫어서 멸치를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도는 시대에 친구의 며느리는 가히 부덕을 갖춘 며느리라 하겠다.

 

수평선 멀리 어 척의 요트가 한가롭게 보인다. 바다를 가득 안고 있는 전망 좋은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오늘 불참한 친구 A 생각하지 않을 없었다.

A 큰아들은 요즈음 젊은이답지 않게 부모에게 효성스러워 주변에서 하늘이 효자라 했다. 어머니 또한 효자 아들을 길러 만큼 덕목을 갖추었다. 아들이 결혼해서 4 가까이 생활하는 동안 초대받은 이외에 아들 집을 방문하지 않았다. 아들 내외의 일상이 바쁘고 피곤한 것을 알고 있기에 특별한 가족 행사 이외에는 집에 다녀가렴 하는 소리 한번 보지 못했다.

 

큰아들이 독감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았다. 퇴원 이틀 , 입맛이 없는 아들은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던 수제비가 생각났다. 아내가 음식을 만들 몰라 결혼 이후 자신이 준비했기에 어머니의 손맛이 더욱 그리웠던 같다.

친구는 수척해진 아들이 안쓰러워 가슴 아프던 차에 아들이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다니 반가워 시간 거리를 멀다 않고 달려갔다. 벅찬 마음으로 아들네에 들어선 것도 잠시, 며느리는 수제비를 만들려고 시어머니를 불쾌하게 대했다. 자신은 음식을 만들 줄 모르면서도 시어머니에게 부탁한 남편이 미워서 화가 것이요, 시어머니를 손님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영역의 침입자 내지는 여자로 대한 것이다. 친구는 수제비를 끓여 아들에게 먹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들 집을 나왔다. 통증으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들이 안타깝게 손짓을 하며 머물기를 바랐으나 손등을 다독여 주고 나왔다고 한다.

 

부모님께 드려야 복을 받는다는 옛말이 있다. 성서에도 부모를 공경하라는 구절이 있다. 머지않아 자신도 어느 여식의 시어머니가 된다는 것을 모르고 저지른 행동이었을까. 딸을 보면 어머니를 안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그릇된 행동으로 부모님에게까지 누를 끼치게 된다면 그것 또한 불효가 아닐지 싶다.

 

시대를 사는 어머니들은 외롭다. 효와 예의범절이라는 말은 박물관에나 가야 찾을 같다. 근래의 세태를 보면 집집마다 아이들을 너무 귀하게만 키운 결과가 이런 양상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기성세대도 반성할 점이 없지 않은 것이다.

 

부모 자식 관계이든 고부간의 관계이든 비중을 사랑에 때라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사랑만이 자기중심적인 편견이나 자기 위주의 독선에서 벗어나고 사람과 사람을, 전능자와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연결 고리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좋으나 남편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은 싫다면 그들도 반듯이 고래장 지내러 부모님의 지게를 다시 주어오는 자녀를 두게 것이다.

정이 없는 관계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엄습하는 쓰라린 마음, 상처는 치유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결혼이란 신랑, 신부 둘만의 결합이 아니고 가족 간의 만남이라는 것을 잠시 잠깐이라도 잊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 바란다.

내일은 어머니날이다. 이날만큼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에 평화가 가득하기 빈다.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