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바람을 부르지 않는다.
푸른 창문열쇠 비밀번호를 풀어놓고
쭉 뻗은 팔을 올려 겨드랑이마저 내놓는다.
암흑의 시대―
푸른 창문 안에 감출 것도 없는데
난데없이 들이닥친 바람의 노예들은
잠그지도 않은 작은 창문들을 걷어차고 들어가
큰 방 작은 방 요란하게 뒤지다
기어이 몇 개의 팔과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떠났지만
나무는 바람의 발자국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때로는 뿌리째 흔들려 기울어도
낮게 흐느끼며 스스로 안정을 찾아 떠나는 여행
수고한 붉고 노란 창문을 떼어낸 뒤
꺾이고 뒤틀린 가지들 데리고
찬 기운 눈밭에 들어 고요히 명상에 잠긴다.
숲은 바람을 키우지 않는다.
나무는 바람을 붙잡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