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농사 / 김솜

 

 

수목장이 있는 숲길로 접어든다

발자국 소리가 쏘아올린 새떼

떡갈나무 우듬지 끝에 고물고물 놀던

햇살이 반짝,

몸을 턴다

 

스스럼없이 스크럼을 짜는 초록,

지금 절정이다

서로의 어깨를 감아올린 푸른 연대가 다분하고 다정하다

 

옥천 향수촌에 뿌리 내리고 살다 기어이 뿌리로 돌아가

나무가 된 아버지

지금도 농사를 지으실라나

삼천 평 이 한 평으로 줄었으니 수고는 좀 덜었을 거다

 

뿌리부터 초리까지 자연농법으로

벌레와 새들 모두 한 가족으로 단란하다

무릎 아래 조릿대 강아지풀도 돌봐가며

아기 담쟁이가 등을 타고 오르면 손 잡아주고

오색딱따구리가 몸을 두드려도 허허 웃어넘겼을 테지

 

무거운 옷 다 벗어놓고 대청호가 불러낸,

안개목욕을 즐기며 바람에 실려 온 성당 종소리를

눈감고 듣겠지

땀과 눈물 대신 햇빛, 비와 바람으로 짓는

그래서 마르지 않는 땅에 멀리 날아간 새가 씨를 뿌리니

아버지는 도처에 계신 것이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