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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