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전화기와 카메라를 하나씩 가지고 다닌다. 길을 걸어가면서 전화를 걸기도 하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전화를 받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멋진 피사체가 보이면 즉시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는다. 또 전화기마다 있는 인터넷에 연결하여 찍은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을 편집하여 즉석에서 전송하기도 한다.
소통의 수단인 휴대폰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 명의 상대와 하는 일대일 소통이 아니라 여러 명과 일시에 소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각종 모임을 알리는 일도, 승진 소식을 전하거나 결혼식에 초청하는 일도, 심지어 부고를 전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손가락 한 번 까딱하는 것으로 수많은 사람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른바 카스, 카톡, 카친과 같은 단어를 모르고는 소통에 심각한 장애가 있거나, 경우에 따라서 대화에 끼이지도 못하게 되었다. 이렇게 휴대폰이 세상을 바꾸어 놓기는 했지만 그 속을 들어다보면 생각할 여지가 많다.
억울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위로를 받고 싶을 때도 유용하다. 다소 실속이 없긴 하지만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속내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을 줄일 수 있어 좋다. 그런 반면 더러는 나쁘게 사용하기도 한다. 친구를 헐뜯거나 따돌리는 데 이용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들의 SNS 파문,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금융 사고들에서 보는 것처럼 편리한 소통 수단의 악의적 사용에 따르는 폐해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휴대폰은 행복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기쁨을 나누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아름답게 활용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이것이 소통이 절실히 필요한 현대사회에서 다 함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타인을 비방하는 일이나 자기를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은 현대인으로서 자격상실이다.
사진 찍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카친들과 카톡을 하거나 카스에 시진과 글을 올려놓고 즐겁게 대화라고 있다. 이 카스로 인하여 내가 만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해 가을 가족과 함께 하와이 여행길에 커피농장에 들렸었다. 난생 처음 보는 커피열매가 빨갛게 익어 아주 예뻤다. 커피농장 입구에 세워진 간판과 커피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함께 “모처럼 커피농장을 방문했더니 농사가 잘 되었다. 이 정도의 수확이라면 아마도 내년쯤 이웃에 커피농장을 하나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글을 곁들여 카스에 올렸다.
뒤이어 카친들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언제 그런 농장을 마련해두었느냐. 부럽다며 야단들이었다. 나도 그동안 주변에 알리지 않고 비밀로 해서 미안하다. 그 대신 맛있는 커피도 얼마든지 대접하겠다고 능청을 떨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나와 카친들 사이에 실시간으로 벌어졌던 오해의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행복한 웃음이 나온다. 장난으로 재미있게 올린 카스로 소통이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사진 한 장이나 한 줄의 짧은 문장이 가진 위력이 이렇게 대단하다. 휴대폰이 우리 앞에 소통의 수단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오늘 아침 금오강변 산책길에 나들이 나온 물오리를 찍었다. 더위를 식히면서 유영을 즐기고 있는 물오리 사진을 첨부한 근황을 카스에 올릴 작정이다. 올 가을 시간 있는 분들은 하와이에 있는 나의 커피농장으로 놀러오라는 말도 덧붙여야겠다. 내 카친들은 두 번 속지 않는다며 행복하게 웃겠지.
카친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