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9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 안, 앤디 워홀이 그린 ‘총 맞은 세이지 블루 매릴린’(1964년·사진)이 경합 끝에 1억9500만 달러(약 2430억 원)에 낙찰됐다. 20세기 미술품 최고가를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워홀이 남긴 매릴린 그림은 많다. 그런데도 이 그림이 유독 비싸게 팔린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 스타가 되고 싶었던 워홀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명성에 매료됐다. 1962년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매릴린 먼로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자, 워홀은 그녀의 이미지를 수없이 그리기 시작했다.
1964년 가을, 워홀은 바로 이 그림 세이지 블루를 비롯해 하늘색, 빨간색, 주황색, 청록색으로 묘사된 먼로 초상화 5점을 제작했다. 워홀의 친구 초대로 퍼포먼스 작가인 도로시 포드버가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청록색을 제외한 넉 점이 스튜디오에 쌓여 있었다. 그녀는 워홀에게 작품을 ‘쏴(Shoot)’도 되냐고 물었고, 워홀은 촬영하겠다는 의미로 알아듣고 허락했다. 그 순간 포드버는 권총을 꺼내 그림들을 향해 쐈다. 그렇게 ‘총 맞은 매릴린’ 연작이 탄생했다. 놀란 워홀은 그녀를 블랙리스트 1번에 올리고, 두 번 다시 스튜디오에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 이후 총 맞은 작품들은 다 복원되었지만 제목은 그대로 남았다.
워홀은 작품의 대량 생산을 위해 실크스크린 기법을 도입했지만 이 연작은 아크릴 물감도 함께 사용하느라 작업 과정이 꽤 까다롭고 시간이 걸렸다. 워홀이 두 번 다시 이 기법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이 연작이 귀한 이유다.
‘총 맞은 매릴린’ 연작은 워홀 작품 중에서도 희귀하다. 팝아트의 상징적인 작품이기에 미술사적 가치도 높다. 게다가 작품이 총을 맞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다. 총 맞은 매릴린 그림이 시장에 나오자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부호 컬렉터가 있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