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읽었던 책이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내었다.

가볍게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라

손에 들고 벌러덩 소파에 누워서 책을 펼쳤는데

에전에는 못 본 페이지가 펼쳐졌다.

전혀 낯선 글씨.

To 도 내 이름이 아니고

from 도 내 이름이 아니다. 이게 뭰 일?

암만 머리를 뒤적여봐도 기억에 없는 이름 둘이다.

누가 누구에게 선물로 준 책인데 왜 우리집에 있을까.

생각 또 생각. 생각을 해보니 생각이 난다.

몇 년 전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마당몰에서 친구들이랑 밥을 먹고

나오다가 알라딘 서점에 들어갔다.

중고서점이라고 하는데 책값이 엄청 쌌다.

얼씨구 하면서 한 보따리 사서 나왔는데 그때 딸려나온 책인가 보다.

처음 읽을 때는 못 봤던 페이지가 이제사 보인 거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본 순간 가슴이 서늘해진다.

만약 류시화씨가 저자 사인을 해서 누군가에게 증정한 책이라면

이런 망신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이름 쓴 페이지는 뜯어내고나 내다 팔 것이지. 누군지 모르지만 밉다.

내가 저자랍시고 사인을 해서 증정한 내 책도 어디에서 이런 꼴로 다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저자 사인을 참말로 할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냥 책은 책인채로 자유롭게 다닐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