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디저트로 초콜릿을 가지고 왔다. 금박지로 예쁘게 싼 초콜렛을 모두 먹고 껍질만 남아 쓰레기통에 버리려는 걸 내가 잽싸게 막았다. 
투명 플라스틱 박스 안에 보들보들한 황금색 진열대(?)가 여간 예쁜게 아니다. 동그랗고 오목하게 파인 것이 뭔가 담아두면 좋을 것 같았다. 플라스틱 통도 단단한게 일회용으로 버리기엔 조금 미안한 감도 있다. 
2차로 커피를 마시는 곳까지 안고 들어갔다. 놀면서 겉에 붙은 라벨을 떼어낼 작정이었다. (집에서 그것 떼어내느라고 앉아있을 시간 절약 차원)
모두 의아한 듯 묻는다. 
"그거 뭐 할라고?"
"경매 붙일라고.. 1불부터 시작해 볼까나?"
"??? 뭔데?"
눈이 둥그레진 여자들 앞에서 나의 너스레가 시작되었다. 
이것 얼마나 요긴하게 사용할수 있겠냐고. 요 구멍구멍에 귀걸이를 짝 맞춰서 넣고. 반지도 넣을거라고 했더니 모두 눈이 반짝한다.
8명의 여자들이 한마디씩 한다. 내 말을 듣는 순간 각자의 눈에 용처(用處)가 보인 것이다. 
"그거 참, 수채화 물감 풀면 색도 안 섞이고 좋겠네."
"유화 그리고 남은 물감 모아둬도 좋겠네."
"마늘하고 생강 찧어 넣어 얼렸다가 사용할 때마다 톡톡 빼어쓰면 좋겠네."
옆 테이블에서 심각하게 고개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던 남편 중 한 사람이 먼 귀로 들었는지 슬그머니 오더니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어서 구멍에 쓱 넣는다. 
"아, 이것도 좋네. 동전 종류대로 모아두기. 하하하"
... 하여튼 몇 가지가 더 나왔는데 생각이 안난다. 
색다른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그렇네. " 맞장구를 쳐준다. 
다 먹고 남은 쵸콜릿 박스를 앞에 두고도 이렇다. 
사람마다 관심분야가 얼마나 다른지 확실히 알겠다.
이건 분명 너는 틀리고 나는 맞는 차원이 아니다. 
자기 시선에 따라 화성과 금성만큼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또 함께 볶닥이며 살아야 하니 인간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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