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을 거닐며 / 이정호

 

  화창한 봄날이다. 날씨가 좋은 날이다. 오늘은 동성고등학교 동문회 체육회가 열리는 날이다. 그것도 우리 교정에서 열리며 40여년 만에 모교를 다시 가보는 것이다. 학교 입구에서 명찰표와 점심 도시락을 받았다. 학교로 올라가니 옛날에 쓰던 운동장은 정원으로 바뀌었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김수환 추기경과 장면 박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동성 고등학교 이사장이었다. 장면 박사는 대한민국의 총리였지만 동성학교의 교장이기도 하였다.

 

  교정에서 뛰놀며 친구들과 어울렸다. 교실안에서 공부하며 우리들의 꿈을 키웠다. 즐거웠던 때도 있었고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선생님에게 혼난 적도 있었고 칭찬받은 적도 있었다. 친구들과 우정을 틔웠고 다툴 때도 있었다. 이제 40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돌아와 우리를 맞이하는 교실과 복도를 바라보고 있다.

 

  아래로 내려가니 운동장이 나왔다. 텐트가 운동장 주위로 쳐져 있었다. 동문 졸업 년도 수를 섞어서 텐트가 배정되어 있다. 구석 쪽으로 49 동문이 속한 곳을 찾을 수가 있었다.  안면이 있는 몇몇 친구들이 와있었다. 돗자리를 깔아 놓았고 나도 그곳에 앉았다.

 

  조금 있다 친구가 옆에 앉았다. 그는 40 만에 만난 친구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가 자기는 우울증에 걸렸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우울증 때문에 일을 하기가 힘들어서 직장을 그만 두었다고 말한다.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하며 동문 모임에 탁구클럽도 있는데 그곳에 가입해서 열심히 탁구도 친다고 한다. 학교에 다닐 어울렸던 친구는 아니다. 40년만에 만났지만 금새 시절의 친구로 돌아갈 있었다. 친구들도 있지만 어렵게 살아가는 친구들도 있다. 그가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운동장에서는 후배들의 태권도 시범이 펼쳐졌다. 후배들이 선배들의 운동회에 즐거움을 주기위해 보여주는 모습들이 흐뭇했다. 간단한 게임도 하였으며 구석에는 농구 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는 운동회가 프로그램이 짜여져 조직적으로 많은 운동 경기와 게임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서로 부담 없이 즐기는 운동회였다. 하고 싶은 사람은 나와서 운동과 게임을 하는 소규모 행사였다.

 

  친구들이 휴대용 버너를 가지고 와서 스테이크를 구었다. 최고급 비싼 소고기로 사왔다고 한다. 지글지글 누렇게 맛있게 구어져 갔다. 친구가 고등학교 1학년때 담임 선생님에게서 엄청 맞은 이야기를 했다. 나는 말했다. “ 정도로 맞었니? 나도 맞었는데. 나는 안경에 색이 들어가 있는 꼈다고 맞았는데.”

 

  운동장에서는 줄달리기 게임이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나갔다.  굵은 줄에 매달려 게임을 하는데 쪽이 별로 힘을 쓰지 못하고 그대로 져버렸다. 다음 팀에서는 왔다 갔다 하면서 승부가 금방 결정되지 않았다.  줄달리기 게임을 보면서 인생을 생각한다. 밀리고 잡아당기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바람과 역경에 쓰러졌다 일어난다. 그대로 주저 앉는 경우도 있다.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인생도 그럴 것이며 우리가 최선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자주 보는 친구도 있었고 40 만에 만남 친구도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금새 동질감으로 엮어질 있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언제 만날지 모르지만 우리가 어디에 있건 우정의 끈은 우리를 감싸 주리리라. 즐거운 고교 동문 운동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