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하는가 / 이정호
오늘은 장애인 봉사를 하는 밀알 선교회에 가는 날이다. 아내에게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간다고 했고 이제 한달이 지나서 이번 주에 간다고 했다. 나 혼자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 나는 나 혼자 가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아는 성도가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하면 아내 눈치 보지 않고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내는 그곳에 가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밤에 혼자 운전하는 것이 안심이 안 되어서인지 같이 간다고 했다. 함께 간다고 하는 것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사실 이번에 가면 단원들 식사하는데 도네이션을 하고 싶었다. 예전에 코비드 이전에 $300을 도네이션 한 적이 있었다. 그 돈으로 뷔페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음식값이 많이 올라서 어느 정도를 해야 하는 가를 몰랐다. 아내에게 말하니 꼭 도네이션을 해야 하냐고 말했다. 그래서 $400 까지는 생각해 보고 그 금액이 넘어가면 뷔페가 아니고 음식 살 재료로 준다고 했다. 아내는 나에게 다짐을 했다. 절대로 $400은 넘기지 말라고.
교회에 도착하니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리고 좀 있다가 뷔페음식을 테이블위에 갖다 놓기 시작했다.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양은 푸짐하게 많았다. 음식준비를 담당하는 강목사님께 물었다. “요새는 뷔폐로 음식 준비하면 얼마가 들어요?” “$600이 드는데 아는 데가 있어서 특별히 $500에 할 수 있어요.” 내가 예상했던 금액에 $100이 초과가 된다. “아. 그렇군요. 저도 한 번 생각해 볼께요. 뷔폐가 아니면 더 적은 돈으로 도네이션해서 여기서 음식을 만들 수도 있죠? “ “예, 그럴 수 있어요.” “목사님, 제가 생각해 볼께요.”
내 자리로 와서 아내에게 $500 도네이션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이왕 하는 것 $100 더 써서 뷔폐로 준비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아내는 비싸다고 하면서 그러면 일년에 한 번만 하는 거냐고 물어 보았다. 일단은 그렇다고 대답은 했는데 아내는 다시 나에게 서두를 필요 없다고 다음 달에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아내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단장님 사모님이 아내를 향해 말했다. “이것 좀 도와주시겠어요.” 아내는 잠시 머뭇거렸다. 밀알 단원이 아니고 어쩌다가 나오는 자기에게 무엇을 도와달라고 하는지를 의아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무엇을 도와주죠.” 일손이 부족해서 뷔페음식을 사람들에게 담아주는 일이 필요했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뷔폐음식마다 각각 서서 사람들이 다가오면 음식을 퍼서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위에 놓았다. 아내는 맨 마지막 음식인 빵이 있는데 빵 한 조각씩을 담아주는 일이다. 가장 간단한 일을 부탁한 것이다.
비닐장갑을 끼고 아내는 도와주었다. 이곳을 그렇게 오기 싫어 마지 못해 왔는데 봉사까지 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흐뭇했다. 강요하지 않아도 그 분위기와 환경에서 자기 스스로 서서히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내가 다음에 또 오면 더 익숙해지고 더 적응이 되고 더 편안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 고정관념으로 박혀 있던 생각들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변화해서 그들을 더 이해하고 더 잘 어울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선생님 부부의 따스한 봉사정신이 이 겨울의 추위를 녹여주네요.
참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