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오렌지글사랑 수필동인지 '마디'를 읽고 / 이정호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푸르른 하늘에 구름이 드문 드문 떠있고 햇볕은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나들이 하기 좋은 가을 날씨였다. 가든글로브에서 하는 오렌지 글사랑 창립기념과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위해 길을 떠났다. 가는 길에 수필문학가 협회 이현숙 회장님을 pick up해서 갔다. 회장님이 집에 공사를 하기 때문에 husband가 ride를 해 줄 수 없어서 내가 대신 pick up을 해주기로 했다. 아내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같이 내려갔다.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하였다. 사람들은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리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는 글공부 모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권조앤은 ‘그때 그 일’에서 이민 초창기에 리커스토아를 사서 운영할때 일을 말한다. 남편과 종업원은 하얗게 질려서 서있는데 그녀는 캐시대 아래 감춰 놓았던 삼팔구경 권총을 그녀도 모르게 꺼내 들었다. “꼼짝마라. 움직이면 쏜다!” 총을 번쩍들며 외쳤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꼼짝 않고 나무처럼 섰다. 총의 위력은 대단했다. 작가의 여장부 기질이 나타나 있고 더 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본다.
김홍기의 ‘봄은 아직 멀리 있는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노숙자들을 대하는 고충을 이야기 한다. 노숙자들의 문제는 엘에이의 큰 사회문제다. 엘에이 시에서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풀어야 될 것 같다. 그는 일부 업주들은 노숙인들에게 화장실 사용을 금하는 경우도 있다. 그 때문에 다른 고객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자주 발생하여 업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급한 생리작용을 어쩌겠나 싶어 마지못해 허락하면 3,40여분을 독차지 하고 있으니 어찌하 바를 모르겠다. 그렇다고 사람을 골라가며 화장실을 개방할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고 한다.
이주혁의 ‘무작정 삶’에서 원래 뉴욕으로 이민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었는데 친구의 말을 듣고 하루사이에 LA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친구가 동부에 가면 날씨도 날씨려니와, 인종 차별, 생활비, 직장 등 여러 면에서 이곳 LA보다는 살기가 어렵다는 애기를 했다. 작가는 술좌석에서 오고 간 친구의 말을 곱씹으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결국, 다음날 아침 정착지를 LA로 바꾸기로 했다. 그날 동부로 갈 비행기 표를 바로 취소했다고 한다.
정유환의 ‘그 봄은 그렇게 지나갔다’에서 어린 나이 중학생때에 언니를 잃은 슬픔을 표현한다. 산비탈을 어떻게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눈 쌓인 비탈을 미끄러지며 기어서 올라가니 삽을 들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주검같이 초췌한 엄마가 보였다. 나는 쓰러지듯이 흙이 덮여 있는 바닥에 엎어졌다. 사람들이 나를 붙잡았다. 언니는 파놓은 구덩이에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정찬열의 ‘새날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온다’에서 21살의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에 입학해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찾은 작가의 의지와 용기를 보여준다. 결단을 내렸다. 이제라도 학교에 가자. 내가 학생이 되다니--- 가슴이 뛰었다. 지게를 벗어 던지고 그 길로 집을 떠났다. 스물 한 살 나이에 광주에 있는 야간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 밤이 내 생의 갈림길이었다. 작가는 또 말한다. 긴 인생에서 방향이 중요하지 몇 년 빠르고 늦고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작품들이 각자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써 내려간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다. 다음 호에도 멋진 작품들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