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정 예술열차를 타고 / 이정호

  아내의 이모님은 익산에 사신다. 이번에 한국에 오면 익산에 꼭 내려오라고 했다. 아내와 같이 가기로 했다. 당일치기로는 힘들 것 같았다. 1박 2일로 계획을 잡았다. KTX를 타고 가면 1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인터넷에서 표를 구매하려고 하니 외국인이기 때문에 결제가 잘 되지 않았다. 어렵게 외국인도 결제할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니 보통 가격보다 훨씬 더 비쌌다. 아직도 한국은 외국인인 대한 결제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중의 하나로 본다.

  익산역에 도착하니 이모님께서 나와 계셨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역에서 내려가니 이모부님께서 차를 주차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전주한옥마을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완주군이라는 곳을 들렸다. 그곳에 비비정 예술열차라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기 위해서 였다. 멋지게 열차가 길게 연결되어 있었다.

  비비정예술열차 아래로는 만경강이 가로지르고 있다. 원래는 1928년 일본에서 호남 지방의 농산물을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폐 철교 위 새롭게 새 단장을 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완주의 가 볼만한 곳으로 유명하다. 완주군은 이곳에 4량의 새마을호 폐 열차를 구입해 리모델링하여 비비정예술열차로 개장하였고 1량은 레스토랑, 1량과 2량 사이의 공간은 음악 공연이 있으며, 2량은 특산품 판매점, 3량은 편의점과 갤러리, 4량은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식당에 들어가니 이태리 음식을 팔았다. 로보트가 음식을 갖다 주었고 나는 스파케티를 시켜 먹었다.

  그곳에서 전주한옥마을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니 굉장히 한산하였다. TV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그런 모습은 없었다. 주말이 아니고 평일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많은 가게와 식당, 그리고 전시장들이 눈에 띄었다.

  원래 전주한옥마을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을사조약이 채결된 1905년 이후라고 한다. 1911년 말 전주 읍성의 남문을 제외하고는 성곽이 모두 철거되면서 일본인들이 성 안으로 거주지를 옮기기 시작했는데 늘어나는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으로 뭉친 한국인들은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전라북도와 전주시에서 전주한옥마을을 문화 관광 명소로 보존,개발하고 있다.

  거리를 따라 조금 가니 경기전이 나타났다.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 (초상화)이 있는 곳이다. 다른 여러 곳에도 있었는데 현재는 이 곳만이 이성계의 어진이 보존되어 있다. 윈래 이성계는 함경도 영흥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선조가 전주에서 살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학생과 관람객들이 있었다. 경기전에서 나오니 한복을 입은 젊은 남녀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걸어가니 전동성당이 나타났다. 이곳은 1908년에 명동성당의 내부를 건축한 프와넬 신부의 설계로 성당이 착공되었으며 1914년에 완공되었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고 건축물이 아름다워서 영화 촬영지나 결혼식 장소로 자주 쓰인다고 한다. 또 이곳은 1791년 신해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였던 윤지충이 최초로 순교했던 터라고 한다. 성당은 조용했다. 성당 밖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나와 도자기 전시장, 기념품 파는 곳 등을 둘러 보고 한산한 거리를 걸어가서 우리가 처음 걷기 시작한 주창장에 다다랐다.  그 근처에 전망대 카페가 눈에 띄었다. 그곳으로 올라가니 분위기가 좋았다.  특이한 라테와 주스 종류가 있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한옥마을 풍경이 더 멋있게 보였다.

  전주는 내가 태어난 곳 남원과 가까운 거리이다. 어렸을 적에 전주에 와 본 적은 몇 번 있지만 이렇게 관광을 위해서 내려 온 것은 처음이다.  옛 것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정신은 아름답다. 이렇게 역사속에서 역사의 현장으로 내려와 그곳의 흔적을 느낄 수 있으니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