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거리를 생각하며 / 이정호
거리를 걷는다. 예전에는 이곳은 허허 벌판이었다. 도로에는 조그마한 예식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때가 내가 대학교 다닐 때였다. 삼선동에서 논현동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우리집 앞집에 김장로님이라는 부동산 사업을 하시는 분이 살고 계셨는데 그 분이 논현동 이 집을 추천해 주었다.
몇 블락 안가서 YMCA가 있었지만 큰 건물은 없었다. 그리고는 세월이 지나면서 건물이 들어 서더니 이제는 빈터가 하나도 없다. 이제는 YMCA도 없어지고 그 자리에 큰 빌딩이 들어섰다. 주택가도 사람들이 그곳을 허물고 4-5층짜리 주상 복합으로 변형시켰다. 1층, 2층, 3층은 사무실이나 가게로 세를 주고 4층과 5층은 주인이 사는 구조이다. 옛날의 주택들이 쭉 들어서 있던 풍경은 없어지고 작은 빌딩들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한국은 땅이 좁아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유난히 커피샆이 많아 들어서 있다. 집에서 나가면 엽집에 조그마한 카페가 있고 맞은편 빌딩 1층에는 큰 카페가 있다. 그리고 한 블락 내려가면 옛날 YMCA에 있던 자리에 많은 종류의 호도과자를 파는 곳이 있고 또 카페도 있다. 거기서 두블락 내려가면 나에게 친숙한 Coffee Bean이 있다. LA에서 자주 갔기 때문에 그곳에 들렸다. 큰 카페이다. 주로 빌딩에 직장인 들이 이용한다. 깨끗하고 편안한 의자들이 들어서 있다.
LA에서 처럼 걷는 운동을 하기위해서 주택가 동네를 한적하게 거니는 것이 힘들다. 대로변을 걷는 수 밖에 없다. 신호등이 걸린다. 일하는 사람들이 도로를 바쁘게 지나간다. 상점과 빌딩을 지나친다. 몇 블락을 지나고 신호등 몇 개를 지나치니 왼쪽으로 선릉이 나타났다. 도심속에 한적한 큰 공간이 들어서 있는 것이다. 원래는 경기도에 속해 있었는데 서울이 확장되면서 강남구에 속해 있다.
이곳은 조선의 제 9대 국왕인 성종과 그의 계비 정현왕후 윤씨,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11대 임금 중종의 무덤이 있다. 성종의 첫번째 계비는 폐비 윤씨이다. 그 사이에서 난 연산군이 10대 임금인데 자기 어머니가 사약을 먹고 죽은 것을 알고 갑자 사화를 일으켜 폐비 윤씨 사태를 주도했던 성종의 두 후궁(귀인 엄씨, 귀인 정씨)을 비롯하여 당시의 관련자인 훈구파·사림파 대신들을 살아 있으면 처형하고 이미 사망했으면 부관참시했다. 이미 죽은 성종의 장인 한명회도 부관참시되었다.
중종은 쿠데타를 일으켜 그보다 12살 많은 이복형 연산군을 축출한다. 조선시대에 4번의 성공한 쿠데타가 있었다. 종종반정이외에 이방원이 세자로 책봉된 이복동생 이방석을 죽이고 태조는 상왕으로 물러난 무인정사가 있고 수양대군이 그의 조카 단종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한 계유정난, 광해군을 몰아내고 그의 조카 인조가 정권을 장악한 인조반정이 있다.
그 쿠데타는 모두 가족을 상대로 일어났다. 그것은 나름대로의 명분을 가지고 있다. 역사는 성공한 쿠데타의 사람들로 쓰여져 왔다. 후세에 그것들을 더 바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선릉공원 건너편을 보니 남원골 추어탕 식당이 보인다. 오래 간만에 추어탕이 먹고 싶어 졌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와야겠다. 다시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이곳 서울에서도 한적하게 걷는 것은 힘들지만 나름대로 대로를 지나가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
한국 방문에 관한 수필을 시리즈로 쓰시는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재미도 있고요.
부지런히 많이 나눠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