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하류와 덕의 하류, 어디에 머물 것인가/조윤제



군자(君子)는 유교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물,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인 만큼 사람과의 관계도 인(仁), 즉 사랑과 배려를 바탕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불의하고 부정한 사람들은 미워하고 가까이하지 않았다. <논어> ‘양화’를 보면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군자도 미워하는 게 있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군자는 공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미워하는 게 있다. 남의 잘못을 떠들어대는 자를 미워하고(惡稱人之惡者·오칭인지악자), 하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자를 미워하며(惡居下流而訕上者·오거하류이산상자), 용기만 있고 예의가 없는 자를 미워하고(惡勇而無禮者·오용이무례자),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자를 미워한다(惡果敢而窒者·오과감이질자).”

이 말을 마친 후 공자는 제자에게 “사(賜·자공의 이름)야, 너도 미워하는 게 있느냐?”라고 물었다. 자공은 이렇게 대답했다.

“남의 생각을 도둑질해서 유식한 체하는 자를 미워하고(惡徼以爲知者·오요이위지자), 불손한 짓을 용감한 것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며(惡不孫以爲勇者·오불손이위용자), 남의 비밀을 들춰내면서 정직하다고 여기는 자를 미워합니다(惡訐以爲直者·오알이위직자).”

공자와 그 제자는 모두 일곱의 미워하는 사람 유형을 꼽았다. 공자가 미워하는 사람은 기본적인 사람의 도리를 못하는 저급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남의 잘못만 찾아내 비난하는 사람, 인품이 뛰어난 사람을 질투해 비방하는 천박한 사람, 용기가 있답시고 절제하지 못해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 사리분별이 없으면서 마구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제자 자공이 미워하는 사람은 교활하고 이중적인 사람이다. 남의 지식을 훔쳐와서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 오늘날로 치면 학위논문이나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표절하는 사람이 되겠다. 무례한 행동을 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면서 자신은 용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기껏 남의 뒷조사나 하면서 스스로 정직하고 정의롭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공자와 자공이 미워하는 자들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하류(下流)’에 속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덕이 없고 비천하며 행동이 추한 사람들로, 흔히 군자와 대비해 쓰이는 ‘소인(小人)’보다 더 저급한 사람을 뜻한다. 그래서 군자들은 ‘하류’를 미워하고 하류에 거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절제했던 것이다. <논어> ‘자장’에 실려 있는 구절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군자는 하류에 거하기를 싫어한다. 천하의 악이 다 하류로 모여들기 때문이다(君子惡居下流 天下之惡皆歸焉·군자오거하류 천하지악개귀언).” 자공이 은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의 예를 들어 했던 말이다. 한번 하류에 처하면 천하의 모든 비난과 죄악이 모여들어 점점 더 오명이 심해지므로 군자는 애초에 하류에 처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유가(儒家)에서는 하류를 악한 것들이 모이는 곳으로 간주해 싫어하고 꺼렸다. 하지만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기반으로 하는 역설의 철학인 도가(道家)에서는 관점을 달리한다. 하류를 긍정적 차원을 넘어 높은 경지로 보는 것이다. 도가의 학문을 집대성한 책 <도덕경> 61장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큰 나라는 하류에 거해야 한다. 그래야 천하의 사람들이 모여든다(大國者下流 天下之交·대국자하류 천하지교).”

노자는 큰 나라, 큰 인물일수록 스스로 낮춰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과 같이 낮은 곳에 임할 때 세상의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그들과 함께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낮아짐으로써 높임을 받는 역설의 철학이다.

이로써 보면 ‘하류’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하고 악한 마음으로 하류에 거한다면 그 하류는 세상의 악이 모이는 더러운 곳이 된다. 악이 악을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낮추는 겸손한 마음으로 하류에 거한다면 그 하류는 세상의 좋은 덕이 모이는 아름다운 곳이 된다. ‘덕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必有隣·덕불고필유린)’는 <논어>의 말처럼 좋은 덕이 세상의 덕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결국 한사람이 거하는 하류가 어떤 하류가 될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하류를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