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야간산행 / 여한솔



공룡처럼 죽고 싶어

뼈가 남고 자세가 남고
내가 연구되고 싶어

몸 안의 물이 마르고
풀도 세포도 가뭄인 형태로
내가 잠을 자거나 울고 있던 모습을
누군가 오래 바라볼 연구실

사람도 유령도 먼 미래도 아니고
실패한 유전처럼
석유의 원료가 된대
흩어진 눈빛만 가졌대

구멍 난 얼굴뼈에서
슬픔의 가설을 세워 준 사람
가장 유력한 슬픔은
불 꺼진 연구실에서 흘러나왔지

엎드린 마음이란
혼자를 깊이 묻는 일

오래 봐줄 것이 필요해
외계인이거나
우리거나

눈을 맞추지

뼈의 일들
원과 직선의 미로 속으로
연구원이 잠에 빠진다
이게 우리의 이야기

강이 비추는 어둠 속에서
신발 끈을 묶고
발밑을 살펴 걷는 동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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