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 자원입대하신 십자군부대의 미주 문인들께

유 안 진/(시인)

 

문인의 이름으로 이렇게 만나게 되어 자랑스럽고도 기쁩니다. 그냥 친구로서 사적으로 만나도 반가운데, 같은 모국어로 글을 쓰느라, 서로 독자도 되고 시인작가도 되는 문인들끼리라는 타이틀로 만나게 되니, 공동의 사명감조차 느껴집니다. 따라서 그냥 한국인 동포끼리 이상의 유대감이 무겁고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문학이라는 거대주제에 생애를 거는 공통적인 사명감이 우리를 만나게 해주었다는 무거움과 감사와 감격에 울컥해집니다.

 

이렇게 인삿말을 쓰려고 들자, 이상하게도 한국문학에 자원입대한 십자군부대원의 거룩하고 신성한 사명감처럼, 모국어인 한글로 대한민국과 인류사회에 문학작품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무모하고도 기특하고도 용기 있는 <문인>라는 특별한 공감대가 느껴집니다. 이런 공감대는 그저 한글로 문학하는 한국인이라는 동질감 이상의 원대한 꿈을 생각하게 됩니다.

 

깊은 산 속의 작고 작은 옹달샘도 태평양과 대서양을 꿈꾸며 흐르듯이, 세계인구 70억 명 중에 겨우 7천만인구의 한글이지만, 비록 우리 문인들 각자가 지극히 삿적 개인적 소망을 담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세계문학이라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향해 흘러들기를 꿈꾸는 최선의 노력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사소하고 하찮은 노력도 인류문화를 다채롭게 다양하게 발전시키고, 풍요로운 정감과 이해와 소통으로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무모하고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몽매의 신념과 사명과 꿈이 바로 L.A.와 미주에서 모국어로 문학하시는 문인들과 저의 꿈인 것이라고 말입니다.

 

저는 지난 세기말에 이곳 문인들 초청으로 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정성 다하여 저희를 맞아 주셨던 뜨거운 우정과 문학에의 열정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래서, 이곳 나성은 서울특별시 나성구이지, 세계적인 대륙 미주의 한 도시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현지어로 생활하시는 생활현장에서 모국어 한글의 맛과 멋의 샘을 깊이 파고들어 작품으로 써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는, 모든 생활을 한국어로 하는 서울에 살면서도 한글작품이 잘 안 되는 저로서는 너무나 깊이 이해되어 감격조차 느껴집니다. 한국에 사는 문인들 간에서 세대차 지역차, 연령차, 성차...등등의 차이를 호소하는데, 하물며 현지어로 생활하시는 미주문인들께서야 오죽하실까? 그 바쁜 생활을 비집고 작품쓰기에 목을 맨다는 사실이 눈물겹도록 갸륵하고 고맙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한국문학의 미래는 현지어와 모국어를 함께 사용하시는 기회가 적은 모국의 문인들에 비해서, 미주 문인들께서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일상이 360도 전방위로 항상 열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세계어인 영어로 생활하시면서 이중국어를 활용하시느라, 저절로 비교 평가까지 될 수 있어서, 앞으로는 한국문학의 무거운 비중이 해외 동포문인들께 기대된다고 말입니다. 이는 저의 아부성 발언이기보다는 한국문학의 현실적인 과제라고 봅니다.

 

저는 지난해 초청 받았지만 사정상 오지 못했는데, 이렇게 다시 초청해주시니 제가 무엇을 주절거려서 보답할 수 있을까 걱정뿐입니다. 등단 50년 간 써 왔지만, 문학이란 거대담론은 여전히 막막할 뿐, 다만 하고 많은 문인 중에 저를 거듭 불러주시니 영광스럽고 책임감도 무겁습니다만, 그저 얼굴로 만나는 반가움을 먼저 누리고 싶습니다. 문인끼리, 한글로 글을 쓴다는 공동의 공모자들, 우리문학에 자원입대한 십자군부대원의 사명감으로 서로의 고민과 고통을 털어놓고 수다 떨다보면, 뭔가 느낌으로 소통되고 이해되어, 이것이 세계문학을 공략하는 화살촉 한 개는 될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더 큰 대륙에서 더 열린 광활한 사회에서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체험하시는 이곳 문우들께 제가 더 자극 받고 더 배워갈 겁니다. 그래서 만남은 흥분과 기대로 설레임이 앞서나 봅니다. 우선 다시 만나는 반가움을 누립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