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마르트 언덕에 올랐다. 파리 북쪽에 위치한 해발 130미터의 작은 언덕이지만 평지인 파리에서는 제일 높은 곳이다. 파란 하늘에 새털 구름이 바람에 춤추는 쌀쌀한 날씨다. 수 많은 관광객과 함께 파란 잔디와 여러 돌 계단을 걸어 올랐다. 발밑의 돌계단은 셀수 없이 많은 발걸음으로 닳아 있고, 그 위를 오르내린 순교자의 꿈과 좌절이 켜켜히 쌓여 있다.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드니 희고 둥근 돔,사크레 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e-Coeur)이 구름사이로 비쳐오는 햇빛으로 신비롭다. 하늘이 조금 더 가깝고 세상은 낮아진 파리 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목마르트 언덕은‘순교자의 언덕(Mont des Martyrs)’을 뜻하며, 3세기경 로마 점령 시기 파리의 첫 주교 생 드니(Saint Denis)가 참수당한 장소다. 그는 목이 잘린 뒤 자신의 머리를 들고 걸어갔다는 전설이 있다. 백색의 사크레 쾨르 성당은 언덕 위에서 침묵으로 서 있다. 그 벽에 부딪힌 햇살은 유난히 부드러워 고통당하는 자의 모든 죄마저 씻어낼 것처럼 느리게 미끄러진다. 대성당 내부를 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우리는 바로 그 옆에 있는 작은 성 피터 교회에 들어가 두손을 모아 기도했다. 성당 창문의 모자이크가 아름답고 하나님과 단 둘이서 마주 대하고 있는 것 같은 아담한 교회다.
좁은 골목 길로 천천히 내려갔다. 작은 호텔, 개념품 상점, 카페와 이층에는 화가들의 화실이 양쪽으로 줄지어있다. 테트르 광장(Place du Tetre)앞에 있는 작은 카페의 낡은 의자에 앉아 19세기의 자유분방했던 보헤미안 문화를 그려본다. 예술가들이 모여 술을 마시며 춤을 추며 인생을 논 했던 몰랭루즈(Moulin Rouge)카바레는 아직 영업시간(오후7시~새벽 1시)이 안돼서 인지 문이 닫혀있다. 붉은 풍차가 상징인 이 카바레는 지금도 매일 공연과 쇼 공연이 열리고 있다.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보금자리, 몽마르트 거리에서 피카소, 반 고흐, 르누아르의 숨소리를 듣는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이 남긴 허기와 열정은 공기 속에 아직 남아있다.
남루한 차림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태트르 광장에 섰다. 찬 바람을 피해 벽에 기대 선 화가, 손을 호호 불며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거리의 풍경을 화폭에 넣는 화가, 바람에 흔들리는 포스터 하나까지도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듯하다. 이곳에서 마주치는 초상화들은 실제 인물과는 조금씩 닮지 않았다. 아니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달라서 실망했다. 그러나 그 어긋남 속에서 사람은 자신을 더 잘 알아보는 것 같다. 완벽한 닮음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날의 표정과 마음의 묘사이리라.
봄의 교항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보다는, 평화의 동산 천사의 노래가 들리는 순교자의 언덕( Mons Martyrum)에 올라, 때 마침 젊고 멋진 남자가 그 언덕에서 바이올린을 키는 천상의 노래를 감상했다. 해는 서서히 저물어 언덕 아래로 펼쳐진 파리 시내가 크리스마스 장식 불빛으로 찬란하다. 그 옛적 낭만을 안고 몽마르트는 조용히 하루를 접는다. 높은 곳에 올라 왔기에 비로소 내려다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곳은 성공의 정상이라기보다 고난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 갔던 영혼과 잠시 쉬어 가는 마음의 언덕이다.
몽마르트 언덕, 저 아름다운 동산! 밝고 화려한 동산에서 우리 다 같이 평롸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