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공동 대상 시-윤옥란

 

 

 

▲ 신성민作

 

 

 

매미 허물이 상수리나무 허리를 움켜잡고 있다
속이 텅 빈 껍질은 한때 어둠에서 지냈던 몸이다

땅속에서 꿈틀거리며 말랑거리던 투명한 빈 몸,
수직 금 긋고 등가죽 찢고 나왔다

말랑거리던 몸이 햇빛에 닿을 때 얼마나 따가웠을까
적들의 신호를 알려주는 은빛 날개의 보호막은 점점 두꺼워진다
 
비바람 몰아쳐도 떨어지거나 부서지지 않는 천상의 소리 듣는다
상수리나무 빈집에서,
 
지금 나는 바람도 햇빛도 들지 않는 눅눅한 지하골방에서
가시 같은 눈초리와 습한 외로움을 등에 업고 있다
 
낮에 두고 온 무거운 짐들은 잠시 무게를 떠났다가
귀가 열리는 순간 다시 생의 관절을 앓는다
 
소리를 떠난 적 없는 귀는 듣는다
영영 아물지 않는 산고의 가로줄무늬 빈집을 내려다보며
종일 여름을 등에 업고 반짝이는 소리를,
 
환상이 숨 쉬던 집
제 살의 온기를 묻고 나오던 집
그 집을 지나칠 때마다 내 온몸의 뼈가 뜨끔하다
 
어둠을 털고 나온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매미의 미라는 시의 표본,
내 삶의 도감이다

 

 

[당선소감]

 

올 여름 비가 그친 뒤 땅 속에서 살던 매미 유충이 등가죽을 찢고 나오는 경이로운 순간을 보았습니다. 

굼벵이의 삶은 얼마나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을까요. 길고 긴 고통을 견딘 매미에게 날개가 주어졌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도 우화를 꿈꾸었습니다. 어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춥고 배고픈 밤을 묵묵하게 참아냈습니다. 

"극복만이 전부"라고 멋진 사인을 해주신 남진우 교수님 늘 힘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시의 정신을 가르쳐 주신 명지대학교 문창과 교수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시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날개를 달아주신 마경덕 선생님 고맙습니다.

 

드디어 저도 선생님의 기도 덕분에 금은 빛으로 반짝이는 시의 날개를 달게 되었답니다. 

부족한 글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허리 굽혀 감사를 드립니다.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글을 보면서 기뻐해주신 이웃과 도서관을 같이 다닌 문희에게도 고마움 전합니다.

 

당선 소식에 감동하는 가족들이 있어 기쁘고 행

복합니다.

 

◇윤옥란 시인
△1961년 홍천 출생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졸업
△2015 농어촌 문학상 시우수 
△2015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당선(공동 대상)

 

 

[심사평]

 

응모작 1천634편 중에서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어화', '천국 가는 버스', '물의 혀', '버티기', '모래의 달' 등 6편이 최종심에 올랐다. 숙고한 끝에 간추린 시편은 윤옥란의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이항로의 '어화', 고정옥의 '천국 가는 버스', 이희섭의 '물의 혀' 제씨의 작품을 두고 고심을 했다.

심사를 맡아보고 있는 선자들이 기대하는 시각은 언제나 똑같다. 그것은 언어를 다루는 노련함과 완숙미에 거는 기대로 모아진다. 세련되고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시풍보다 자기 목소리가 담긴 작품을 원한다.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와 '어화' 두 편을 놓고 선자들은 오랫동안 숙의했다.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진지한 데가 있었다. 시를 끌고 가는 힘도 있고, 리듬감이 있고, 잘 다듬어진 잘 빠진 시로 볼 수 있다. 3연의 "말랑거리던 몸이 햇빛에 닿을 때 얼마나 따가웠을까/ 적들의 신호를 알려주는 은빛 날개의 보호막은 점점 두꺼워진다"같은 표현은 환상적이다. 시 읽기의 즐거움과 경쾌함을 주는 시다.

'어화'는 자기 목소리를 갖춘 신선감이 돋보였다. 체험에서 나온 시다. 2연에 "집어등 제 몸 밝히는 순간 피어나는 어화 한 송이/ 어두운 바다 위 배 한 척 꽃이 피는 순간이다/ 실타래 풀어내듯 낚싯줄 내리는 사내들의 팔뚝 위로/ 지나온 시간들 불거진 심줄로 솟아나다"같은 표현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연 "만선이라는 이름의 미래호/ 해안선 저 끝에서 어화둥둥 다가온다"는 표현은 고된 바다 생활 속에서도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 시에는 환상이 있고 깨달음이 있고, 그 깨달음의 끝에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고정옥의 '천국 가는 버스'는 발상에 선자들을 사로잡았으나 소박함 때문에 신뢰감을 끌어내지 못해 아쉬웠다. '물의 혀'는 시어를 다루는 솜씨와 서술력이 돋보였지만, 시는 없고 언어의 옷차림만 현란하게 펄럭이고 있고, 순진한 아포리즘(aphorism)이 화장을 하고 그럴듯한 시로 변모하고 있다. 아직은 글쓴이 자신의 입안에 든 소리로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감을 준다.

결국 '어화'보다 '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가 보수주의 시풍의 기교와 기법을 흡수하고 그 위에 새로운 자기 목소리와 개성을 얹었다는 점에서 대상작의 영예를 획득한 것이다.

시인 도광의, 시인 조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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