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이반의 염소 / 정성화

 

 

러시아 민담에 ‘농부 이반의 염소’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반은 이웃인 모리스가 염소를 키우면서 점점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게 부러웠다. 부러움은 차츰 질투로 변해갔다. 어느 날, 하느님이 이반의 꿈에 나타나 “이반아, 너도 염소를 갖고 싶으냐?”고 물었다. 이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리스의 염소를 죽여주십시오.”라고 했다. 하느님은 말없이 사라졌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섬뜩했다. 열심히 풀을 뜯어먹고 매일 많은 젖을 내는 옆집의 염소는 죄가 없다. 죽임을 당할 이유가 없다. 이반과 모리스가 다 같이 가난할 때는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모리스가 젖을 잘 내는 염소를 갖게 되면서 이들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부러움은 자신이 도달하기에 어려운 경지를 동경하는 마음이다. 이에 비해 질투는 자신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과 자신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심감이 동시에 올라오는 감정이다. 그래서 이반의 마음도 꽤 복잡했을 것이다. 모리스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걸 기뻐해줘야 하는데 실은 그 반대이니, 자신이 참으로 못났다고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질투하는 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게다. 그래서 모리스의 염소만 사라지면 이 불편한 상황이 정리되리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질투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부끄러워할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어디에나 앞서가는 사람이 있게 마련. 나와 비슷한 환경이나 비슷한 수준에 있던 사람이 뜻밖의 성과를 내면 느닷없이 질투심이 올라온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것은 뒤로 젖혀놓고 남이 얻은 것을 보며 괴로워한다.

인간의 진화가 거듭되는데도 이 감정이 남아있는 이유는 인간의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감정의 역기능이라면, 질투에 휩싸여서 앞서가는 상대를 끌어내리려고 그를 모함하거나 공격하는 동안 본인이 먼저 망가진다는 점이다. 질투는 성급한 풍선불기다. 점점 부풀어가던 ‘질투 풍선’은 얼마 못가서 터져버린다. 그 순간의 충격은 풍선을 분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렇다면 질투의 순기능은 뭘까. 질투는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나에게 새로운 의지를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당신을 성공으로 이끈 동력이 무엇이내고 물었더니, 그들의 대답에 ‘열등감’과 ‘질투심’이 공통적으로 들어있었다. 스스로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하는 열등감이 뛰어난 능력자에 대한 질투심을 불러일으켰을 터이고, 이 두 감정이 성공에 대한 의지를 다져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니 어떤 상대에 대해 질투심이 일어난다고 해서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나의 욕망이 보내는 신호이며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는 의미다.

질투를 나의 에너지원으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상대방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진심은 진심을 알아본다. 그가 가진 삶의 태도나 자세를 살펴보고 그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해 왔는지를 주시하고 자신에게 적용해본다.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가장 많은 질투를 하더라는 통계가 있다. 자신의 좁은 인맥 안에서 비교의 대상을 찾아 질투하며 반목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어떤 사람을 열심히 질투한들 그의 재능이 소실되는 게 아니다. 질투라는 무기로는 절대 그를 앞지를 수도 없다. 차라리 그 분야의 최고 일인자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마음껏 질투하고 그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질투에 눈이 멀어 상대를 끌어내리는데 전력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다. 거리를 둘 수 없다면 그 사람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수준까지 내가 성장해야 한다. 그러면 그의 질투심도 서서히 수그러든다. 누가 나보다 먼저 무언가를 이루고 눈부신 성공을 했다고 해서 이 세상의 성공이 소진되는 게 아니다. 그러니 질투하면서 조바심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질투라는 감정도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니 하나의 외력이 아닐까. 그 감정에 휘둘려 망가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내력을 확실히 길러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긍지 갖기, 질투심이 일더라도 상대의 능력을 인정하고 칭찬하기,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실히 노력하기, 그리고 나를 격려하기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이반이면 모리스와 이웃으로 사는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생각하겠다. 그리고 모리스를 찾아가 부탁하겠다, 염소가 새끼를 낳거든 한 마리 꼭 나눠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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