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와 냄새 / 장금식

 

 

향기와 냄새.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르다. “꽃, 향, 향수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라는 사전적 의미를 따른다면 향기에는 분명 냄새가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흙냄새, 밥 냄새는 생각만 해도 구수하고 고향과 어머니가 저절로 떠오른다. 향내, 향기로운 냄새다. ‘향 싼 종이에는 향내 나고 생선 싼 종이에는 비린내 난다’고도 한다. ‘~내’가 포함한 냄새는 뜻은 같아도 향내와 비린내는 다르게 쓰인다. 냄새는 아쉽게도 부정적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아 탈이다. ‘향기’와 ‘냄새’는 그 앞에 어떤 단어가 오느냐에 따라 의미와 감성이 달라진다. 꽃냄새보다 꽃향기. 돈 향기보다 돈 냄새, 이런 식으로.

나무, 꽃, 커피, 꿀에는 향기가 어울린다. 생선, 기름, 땀. 방귀, 오줌, 똥, 등에는 향기보다는 냄새가 따라붙는다. 향기의 백미이고 최상의 조합은 꽃이다. ‘꽃향기’란 단어는 듣기만 해도 후각이 살아나고 행복감이 딸려온다. 향기를 맡을 때는 왠지 다소곳이 코를 들이마셨다 살짝 내밀고 소리 없이 숨을 죽여야 더 아름다운 향기를 맡을 것 같다. 향기는 대개 출처가 분명하고 열린 공간이나 자연 속에서 나온다. 삶의 향기, 문학의 향기도 있다.

냄새 중에도 코를 틀어막게 하는 것은 똥냄새다. 똥 냄새를 맡으면 암모니아 가스에 취해 코를 쥐어 막아야하고, 심하면 구토도 한다. 그나마 똥은 예전 농경시대에는 좋은 거름 역할도 했다. 아기 똥은 냄새도 사랑스럽다.

똥보다 정말 조심해야하고 잘못 킁킁거리다 큰 코 다치는 게 있다. 바로 부정한 돈 냄새다. 이 냄새는 보통 숨겨야하거나 꽉 막힌 음산한 곳에서 비롯된다. "어, 어디서 돈 냄새가 나는군."하며 죽을 줄 모르고 벌떼처럼 달려든다. 어리석게도 돈 냄새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돈벌레도 돈 나무도 아니고 인간이다. 특히 몇몇 정치인이나 완장 찬 권력자들이 그렇다. 딸려오는 콩고물 때문에 거절하기가 쉽진 않은가보다. 돈을 좋아하면 수인번호도 자동으로 딸려온다는 것을 냄새에 취해 당장은 모른다. 일이 벌어지고 난 후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되는 게 참 아이러니다.

향기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고 한 번 더 다가오게 한다. 냄새는 주로 역해서 거부하고 싶지만 단 하나, 돈 냄새만큼은 마력뿐 아니라 매력도 있다. 돈 냄새를 일부러 피하려 해도 출처 쪽으로 자꾸 다가오게 하는 위력이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취한 냄새가 이성을 마비시키는지 본인도 모르게 덜렁 손아귀에 쥔다. 쥔 손을 씻어도 냄새는 손에 배어 오래간다. 배인 냄새로 자신의 형태를 꾸미기도 가장도 할 수 있다. 유혹을 하는 성질도 있다. 다른 냄새보다 갈수록 진화하기도 한다. 감별에 취약해 큰 망신을 당한 사람들. 텔레비전 화면에서 유감스럽게도 모자이크 처리된, 수갑 찬 두 손을 자주 본다.

돈에도 격이 있다는 것을 왜 진즉 몰랐을까,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돈은 순기능도 있지만 잘못 쓰이면 역기능을 하게 된다. 격에 맞게 벌어서 알뜰히 모으고 정직하게 불린 돈을, 써야 될 때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은 돈 격을 알고 돈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다. 부정한 돈 냄새만 좇아간다면 돈이 먼저 그 사람의 인격을 알아볼 게다. 그를 순식간에 부자가 될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돈도 눈이 있다는 말이 있다. 잘못된 욕망을 지닌 사람을 단번에 알아보고 돈은 그에게 말할 게다.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마라. 나쁜 흐름에 휘말리도록 나를 내버려둘 수 없다. 나도 생각이 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돈이란 자고로 고생해서 벌어야지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가. 돈 냄새 맡고 덥석 받아든 돈은 대개 공짜 돈이 많다. 고생한 돈의 격은 돈으로 올린 빌딩만큼의 높은 가치가 있지만 공짜 돈엔 무슨 가치가 있을까. 순식간에 무일푼이 될 것임을 돈이 먼저 알게다. 자신을 함부로 쓰임당하는 것을 왜 거부하지 않겠나. “돈도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고 어느 기업인은 말했다. 정당한 돈 냄새는 많이 맡을수록 자본의 가치를 생산, 확장하고 부정한 돈 냄새는 맡을수록 파괴적 결과와 초라한 말로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효와 부패가 다르듯이 향기와 악취는 격과 급이 다르다. 꽃이 소중하듯 돈이 소중해지려면 돈의 흐름과 과정에서 투명하고 정직해야 하지 않을까. 정직하게 번 돈을 훌륭하게 기부를 한다면 그 돈은 감동과 향기를 풍기는, 그야말로 한껏 격상된 돈이 될 게다. 돈을 한 인격체로 대해 만인에게 행복을 주는 돈, 그런 돈의 주인을 뉴스에서 자주 보고 싶다. 악취를 향기로 속아 수갑 찬 정치인과 권력자들을 이제 좀 그만 보았으면 한다. 돈의 이름이 ‘냄새’가 아닌 ‘향기’로 거듭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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