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힘들면 힘들수록 웃음이 필요하다. 빅토르 위고가 한 말이다. 위고보다 200년을 앞서 살았던 화가 유딧 레이스터르도 같은 생각을 했던 듯하다. 그녀가 20세 때 그린 그림에는 웃는 남자가 등장한다. 웃는 초상화가 드물던 시절, 그녀는 왜 웃는 남자를 그린 걸까?
레이스터르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에 활동했던 여성 화가다. 하를럼 양조업자의 여덟째 자녀였으나 아버지가 파산하는 바람에 가족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뛰어난 재능으로 19세 때부터 주목받았고, 24세 때 여성 최초로 하를럼 화가조합에 등록해 전문화가로 활동했다. 이 그림은 레이스터르가 자신의 이름으로 처음 서명한 작품 중 하나다. 긴 털이 달린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쓴 남자는 당시 인기 있던 희극 속 어릿광대다. 광대는 원래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웃을 뿐 스스로는 웃지 않는다. 얼굴은 웃지만 그의 마음은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힘들 때 가장 손쉽게 위로를 얻는 방법은 술일 테다. 빈 술병을 든 남자는 이미 거나하게 취했는지 양 볼과 코가 빨갛다. 술이 다 떨어졌다는 건 쇼가 끝났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