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5 (수) 12:00:00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작가의 삶에서 어머니는 그에게 독서의 즐거움과 언어의 힘을 알려주었다. 강한 여성상은 어머니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 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그는 다시 이 집으로 돌아와 『토르티야 플랫』을 집필했다. “우울한 안개의 처음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두껍고 끝이 없는 분위기 속에서 싸우고 있다”는 『붉은 망아지』의 한 구절이 그때의 심정을 전한다.
2층 다락방은 그가 작가의 꿈을 키운 공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는 이곳에서 시와 이야기를 썼다. 작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살리나스 들판과 산타루치아 산맥은 그의 감수성을 길러주었다. 『붉은 망아지』, 『생쥐와 인간』, 『분노의 포도』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농장과 노동자들의 삶이 바로 그 풍경 속에서 태어났다.
그가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산은 여전히 묵묵하다. 『에덴의 동쪽』에 “저 산은 어둡고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낯설고 무서운”이라 묘사된 산타루치아 산맥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의 운명과 구원의 상징처럼, 산은 그의 문학 속에서 반복된다. 나는 그의 의자에 앉아 그 산을 바라본다. 나에게는 너무 멀고도 가까운 거리다.
지하의 차고는 지금 ‘더 베스트 셀러’라는 기념품 가게로 바뀌었다. 유품과 함께 어린 시절 쓰던 의자, 침대 헤드보드가 전시되어 있다. 나무통 속엔 블랙윙(Blackwing 602) 연필이 몇 다스 흩어져 있다. 하루에 수백 자루의 연필을 깎아가며 글을 썼다는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이야기, ‘집을 향한 여정’이다.”
나도 그를 따라, 이 길의 끝에서 잠시 멈춰 선다.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