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세월 붙잡는 다고 >
세월이란 단어는 늘 슬프게만 들리는것 같다. 잡을 수도 멈출수도 없는 어둠과 빛이 바뀌고 또 바뀌어 오고 간다. 침묵 속에서 왔다 또 흘쩍 가버린다. 세월은 볼 수는 없지만, 가는 세월만은 빈수례 굴러가듯 삐그덧 대면서 잘도 굴러간다. 때로는 유수와 같이 어디론가 흘러흘러 훌쩍 사라저 버리기도 하고, 거북이처럼 느리다 생각하다 보면 화살과도 같이 빠르기도 하다. 세월은 우리들의 서글픔과 그리움을 감싸고 떠나가는 강물과도 같다. 돌같이 단단한 마음속에 새겨진 미움과 증오의 얼룩도 깨끗하게 지울 수 있는 마력도 가지고 있다. 세월은 쓰라린 역
사를 기억하지 못할땐 쓰라린 역사가 되풀이 된다는 사실도 간과 할수없다.
몇일전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 권사님 한분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심술궂은 세월은 예리한 칼을 들고 무자비하게 이 노부부의 사랑을 끊어놓고 말았다. 남편인 장로님을 홀로두고 이생을 떠나셨다. 복바치는 감정과 멈출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애써도 소용이 없다. 남미에서 살고 있는 두자녀의 가족과 동부에서 살고있는 막내아들은 장례식이 끝나자 제갈 길로 다 떠났다. 본인의 아픔이야 말할것도 없거니와 어머니를 하늘 나라로 보내고 아버지를 홀로 로스앤젤례스에 남기고 떠나는 자식들도 애련의 정을 금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어차피 인생이 살다보면 언젠가는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되는 아픔이라 하지만 노구의 몸으로 그가 홀로 살아갈 생각을 하니 옆에서 바라보는 내 마음도 편치가 않았다.
무한경쟁 시대에 어떤때는 나를 제외하곤 모두가 적이 되어야 하고 너의 아픔이 나의 기쁨이 되어야 하는 삭막한 세상에서 주어진 운명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세월이 흘러흘러 어디론가 가버린 뒤 사랑했던 당신이 그의 마음속에서 사라질때 까지 서글픔과 그리움으로 소리 없이 흔들리는 심장을 달래가며 흐느켜 울고 있을 것이다. 후회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 보아도, 울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어도 어디 마음대로 되겠는가. 고독의 강을 건너야 한다. 남은 사람이야 살아 가야 할것이 아닌가. “세월이 약” 이라고도 했다.
결국은 인생은 홀로 왔다 홀로 가야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누구든지 누눈가를 한번쯤은 죽도록 사랑해 본적이 있을것이다. 연애시절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혜어저 본 쓰라린 경험을 한 사람은 사별의 상처못지 않는 아픔을 느껴 보았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가면 그 아픔도 자연 잊게 될것이다. 이별의 아픈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는 역시 하루 속히 망각에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정연복 시인의 글중에 “꽃과나”라는 시가 있다.
세상에 없던 꽃이 생겨 나듯이 이 땅에 없던 내가 태어 났습니다.시간의 흐름속에 예쁜 꽃이 피어나듯 세월이 흘러감에 나의 생도 꽃피어 갑니다. 한철을 살고 나서는 총총 떠나는 꽃같이 한세상 살고나면 나도 흙으로 돌아 가야지요……
만날때가 있으면 헤어 질때가 있는 법이다.
사춘기의 어린시절에 아이들이 부모에게 반항 하는것이 부모로부터 독립을 위한
생리적인 작용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젊었을때 대부분의 현명하고 착한 부부들이 노년기에 와서는 서로 자기 주장이 강해 진다고 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잔소리로 오인되여 신경질 적이며 고왔던 목소리가 한 옥타부씩 올라가는 회수가 비일비재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상대방이 아무리 성인 군자라 하더라도 감정 조절이 잘 안되고 마음의 평안을 서로 잃어 버리고 만다. 서로가 자기 주장이 옳다고 느켜지는 모양이다. 서로가 부끄러워야 할줄 알아야 한다. 아마 세월과 더불어 서로 혜어질때가 가까웠으니 끈끈한 사랑을 좀 떨어트려 마음의 충격을 감소 시키기위한 조물주의 배려가 아닌가 생각이 들때도 있다. 언젠가 세월이 부부 사이를 죽음으로 몰아갈때 엄청난 상처와 아픔도 다소 줄여주기 위한 은혜라고 생각하니 이따금씩 벌어지는 부부간의 언쟁도 감사한 일이라고 넘기자.
..이제 홀로 남은 장로님은 부부 싸움을 하고 싶어도 싸울수도 없다. 뭐니뭐니 해도 부부 싸움 할때가 좋을 때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인간을 부정하는 사회에서 다시하번 자기를 발견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삶을 총체적으로 발견했을 것이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관계라고 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는법도 중요하고 사랑하는 이의 손을 놓는법”도 노년에는 배워야 할것같다.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로 혜어짐의 충격도 클 것이니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이 미워”. 역설적인 사랑을 통해서 당신을 홀로 걸어갈수 있는 훈련을 하는것이다.
세월이 어느정도 지나면 장로님의 슬픔도 세월의 강물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다. 한철을 살고나서 총총 떠나는 꽃처럼 인간은 한세상 살고나면 흙으로 돌아 가는법. 키에케고르는 “인간은 삶에 불안을 가진 존재”라고 했다. 슬픔에 싸인 사람들에게 세월이 약이되고 모래성이 되어 자유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