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5 (수) 12:00:00 이현숙 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나는 산을 향해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그 구절은 스타인벡의 삶과 문학 속에서 그가 찾던 믿음과 닮아 있었다.
그의 작품은 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다. 『분노의 포도』에서 대공황의 절망 속에서도 로즈 오브 샤론의 젖이 한 생명을 살린다. 절망 끝에서 피어난 희망, 그것이 그의 문학이었다. 『에덴의 동쪽』에서는 죽음을 “불멸성을 부인하는 침입자”라 썼다. 『쥐와 인간』의 조지는 친구 레니를 직접 죽이며 인간의 연민과 비극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의 작품 속 죽음은 끝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묻는 물음이었다.
그는 현실을 기록한 작가이자 인간 존재를 탐구한 사상가였다. 『불만의 겨울』에서는 도덕적 타락과 갈등을, 『찰리와 함께 여행』에서는 변해가는 미국을 바라보며 인간의 본질을 되물었다. 그에게 문학은 사회의 거울이자 인간의 양심이었다.
묘비 옆에 떨어진 연필 하나를 집어 들었다. 『에덴의 동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시인은 허약하다고 여겨졌지만, 시는 인간의 강인함을 증명한다.”
그는 하루 수백 자루의 연필을 깎아가며 글을 썼다. 연필은 그의 무기이자 생명선이었다.
나는 그 연필을 그의 이름 위에 올려놓았다.
“당신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를 움직입니다.”
묘비는 간결했지만, 그의 문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